孫, 계파이견 첫 시험대… 어떤 손 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2일 03시 00분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한미 FTA 재협상” vs 정세균 “절대 안돼”

민주당 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추진론에 대해 정세균 최고위원이 11일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선(先)대책 후(後)비준’의 대책을 세우는 데 열중해야지 재협상에 응할 때가 절대 아니다”라며 “지난 정부에서 한미 FTA 협상을 할 때 이해관계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열심히 했다.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이 절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국에 유리한 협상도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최고위원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한미 FTA 체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했던 것인데 아무리 야당이 됐다고 해서 입장을 바꿔서는 책임 있는 정당임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는 실물경제를 아는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 의원들은 자동차, 섬유 분야를 지금보다 더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고 재협상을 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여기에 동조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당내 한미 FTA 재협상 요구 움직임을 주도하는 정동영 최고위원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7일 “전면적 재협상 당론 채택”을 촉구하는 성명을 주도했고, 여기엔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최고위원 등 당내 의원 24명이 참여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이 ‘재협상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배경에는 노 전 대통령이 ‘최대 업적’이라고 자평한 한미 FTA의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협상이 잘못됐다’는 식으로 평가절하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6∼2007년 한미 FTA를 준비하고 체결할 때 주무인 산업자원부 장관이었고, 현재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 이른바 ‘빅3’ 가운데 양 정(鄭, 丁) 최고위원이 정면 대립하는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손학규 대표의 선택이다. 전당대회 후 빅3 간의 첫 이념 정책 경쟁이 한미 FTA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는 당초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는 “재협상 문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했으나 정동영 최고위원이 8일 최고위에서 “당의 명백하고 명료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한 뒤부터는 “당내 한미 FTA 특위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3각 경쟁을 지켜보는 한나라당은 “한미 FTA는 한때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로 불렸던 노 전 대통령이 그나마 제대로 챙긴 경제 정책”(배은희 대변인)이라며 자극하고 나섰다. 손 대표로서는 삐끗하면 다시 ‘정체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사안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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