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유동성 전쟁, 환율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은 경기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2차 양적완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의도했건 안 했건 간에 유동성으로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서 아시아 통화 강세 압력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은 환율 강세를 막기 위해 통화 팽창을 감행하고 중국은 위안화의 완만한 절상을 고수하고 있다. 금리를 인상했던 나라들은 금리 인상을 잠시 멈추었다.
어쨌거나 유동성의 홍수 속에 주요 자산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위험자산뿐만 아니라 안전자산도 유동성 팽창의 효과를 반영하면서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별로 상승 논리도 튼튼하다. 경기와 유동성에 민감한 위험자산은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최악의 상황은 아닌데 유동성까지 더 확대되니 상승은 당연하다는 흐름이다. 안전자산인 채권은 미국 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정부가 국채까지 더 사줘서 돈을 푼다고 하니 국채 금리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금은 미국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선진국은 민간부문의 과도한 신용팽창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유동성이라는 새로운 부채를 통해서 위기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유동성은 각 자산시장에는 호재이다.
하지만 자산가격은 유동성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펀더멘털도 견고하게 유지되어야 상승이 빨라질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의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공존이 얼마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실물경제의 회복 여부와 강도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험자산은 경기에 민감한 특징을 갖고 있다. 유동성 효과가 일단락되고 난 이후에는 실물경기 회복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는 부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선진국의 경제 여건을 볼 때 당분간 위험자산 상승이 가속화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유동성 확대의 긍정적 효과는 안전자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기회복이 더디고, 선진국의 유동성 팽창이 가속화할 때에는 경기와의 상관관계는 낮고, 달러와의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 경기부진과 달러가치 하락 부담을 가장 잘 상쇄할 수 있는 자산은 최상위 안전자산인 금, 그리고 곡물과 같은 공급 능력에 변동성이 큰 상품들이다. 한국의 주가도 선진국 경기와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고, 달러 약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자산이다. 미국의 경기회복이 뚜렷해져 달러표시 위험자산의 매력도가 부각되기 전까지는 안전자산, 비달러화 자산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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