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옥수수, 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연초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 곡물가격은 10월 들어 옥수수와 대두의 선물가격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과 같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이상기온-투기자금 몰려 상승 부채질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8일 밀, 옥수수, 대두의 선물가격은 각각 t당 264달러, 208달러, 41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밀은 35.4%, 옥수수는 41.5%, 대두는 10.3% 상승한 것이다. 밀은 7월부터 지속되던 급등세가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옥수수와 대두는 최근 들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상악화로 밀과 옥수수의 생산량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여기에 갈 곳을 잃은 투기자금이 국제 곡물 선물거래에 몰리면서 비교적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던 대두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도 밀, 옥수수, 대두의 재고율은 2009∼2010년도 대비 각각 3.9%포인트, 2.4%포인트, 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기상악화로 옛 소련 지역의 밀 생산이 줄어들고, 옥수수 최대 생산국인 미국의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 육류-식용유 등 가격 상승 우려
이는 밀, 옥수수, 대두 등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국내 재고 물량이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국제 곡물가격이 통상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석호 박사는 “곡물가격이 오르면 우선 육류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며 “식용유 등 관련 제품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 역시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투기적 거래의 영향으로 곡물가격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애그플레이션의 우려는 없겠지만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식음료 업종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류가격이 오르는 것은 옥수수, 대두 등이 사료의 주재료이기 때문. 통상 배합사료는 옥수수 70%, 콩 20%, 기타 10%의 비율로 제조되기 때문에 옥수수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다. 이에 대해 한우협회 관계자는 “사료비가 생산비의 60%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료가격 상승은 농가에 부담이 된다”며 “곡물가격 상승이 극에 달했던 2008년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료 가격이 올랐다고 당장 소매가격은 오르지 않겠지만 농가 입장에서 소득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최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모인 가운데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수입처 다변화 △해외 직영농장 확대 등의 대책을 논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단 국내 보유 물량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신규 수입처 확보 등을 통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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