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2일 출국하면서 던진 '젊은 조직'이라는 화두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둔 재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발언이 다른 그룹 인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세대교체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일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임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의 동향에 관심이 많지만 이번에는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우리 그룹 내에서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12일 만난 현대차그룹의 한 임원은 "이 회장의 발언은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줄 것 같으냐"며 궁금해 했습니다.
현대차그룹에서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경우 부회장의 수가 많고 나이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부회장이 14명인 반면 삼성그룹 부회장은 5명, SK그룹 6명, LG그룹 4명입니다. 현대차 그룹 부회장 14명 중 정의선 부회장과 '실세 부회장'으로 통하는 김용환 부회장 등 2명을 제외한 12명이 55세 이상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을 뺀 부회장 13명의 평균 연령은 58.3세입니다. 삼성그룹 부회장 5명은 모두 60세 이상이지만 그 중 3명은 대외 활동만 할뿐 경영 일선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세대교체의 칼을 빼 든다면 그 칼끝이 어디를 향할 지는 자명해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앞으로 경영권을 물려받을 정의선 부회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젊은 임원들이 올해 연말 인사 때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인사 때는 신규 임원이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최대인 130명에 이르자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세대교체의 기운이 움트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오자 이번 연말 인사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현대차 그룹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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