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L당 29.2km의 ‘대단한’ 연료소비효율이 인상적이지만 승차감이 떨어지고 때론 힘이 약해 답답한 느낌도 있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했을지부터 궁금했다.
렉서스가 파리모터쇼(10월 2∼17일)에서 처음 공개한 ‘CT200h’(사진)를 끌고 파리 근교를 달려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렉서스 CT200h는 기존 프리우스와는 다른 차였다. 프리우스가 연비를 강조하느라 운전의 즐거움이 다소 떨어졌다면 CT200h는 4가지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경제성과 다이내믹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이 차에는 EV와 에코, 노멀, 스포츠 등 4가지 모드가 있다. EV모드는 배터리의 힘으로만 가고 에코모드는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며, 스포츠모드는 연비보다 힘과 속도를 강조한다. 노멀모드는 에코모드와 스포츠모드의 중간 정도다. 에코모드에서는 힘이 약하고 에어컨 바람세기도 약해 평지를 조용히 운전할 때나 좋을 듯했다. 하지만 스포츠모드로 전환하자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스크린 색깔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며 시각적 긴장도를 높였고 차체도 훨씬 묵직하고 힘 좋게 나갔다. 운전대도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했다.
‘이 차가 정말 렉서스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렉서스가 부드러움과 정숙성을 강조한 데 비해 CT200h는 덜 조용했고 딱딱하지만 실용적이고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였다. 연비는 L당 26.3km로 프리우스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렉서스 모델 중에선 가장 높다.
좌석의 온열기능은 온도가 오르는 속도가 대단히 빨라 인상적이었다. 10월의 파리는 11월의 서울만큼 쌀쌀했는데 차에 앉자마자 금세 몸이 따듯해져 왔다. 또 하나 재미있는 기능은 후진 모드다. 대개의 차들은 후진할 때 후방 시야를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지만 CT200h는 백미러를 통해 보여준다. 기어를 후진 모드로 전환하자 백미러 왼쪽에 4분의 1 정도 크기의 후방 시야 스크린이 들어왔다. CT200h는 여러 면에서 혁신적인 차지만 단점도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고 있을 때 소음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옆 사람과의 대화에 방해가 될 듯하다.
또 하나의 복병은 가격이다.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토요타자동차는 CT200h를 3790만 원인 프리우스보다는 비싸게 내놓을 계획이다. 4000만 원 초반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가격대라면 폴크스바겐의 ‘골프 2.0 TDI’나 혼다의 ‘어코드3.5’ 등 쟁쟁한 차들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CT200h는 내년 초에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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