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8개국(G8)을 대체하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체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것입니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가 어떠한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G20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힐턴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는 15일 G20이 선진 7개국(G7)이나 G8보다 신뢰도 높은 국제협력의 틀이라며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니스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남아공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회의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G20 회원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내총생산(GDP) 합계도 전체의 85%에 이른다. 데니스 대사가 G20 체제를 높게 평가하는 일차적인 이유다. G20이 과거의 틀인 G7이나 G8보다 많은 지구촌 주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인구와 경제력을 반영한다고 해서 저절로 신뢰도가 쌓이지는 않는다. 데니스 대사는 “G20이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도 적절한 경제정책 조율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고, 그 덕분에 세계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최고위급 대화의 장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경제대국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환율전쟁 조짐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경제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점도 G20의 장기 존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어 G20이 확실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합의한 사항을 실천에 옮기고 △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하며 △G20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3분의 1의 세계 인구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개발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문제는 이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새롭게 부상한 핵심 의제다. 데니스 대사는 이 두 가지 이슈는 한국이 의장국 자격으로 의지를 갖고 꺼내든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며 남아공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특히 개발 이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는 저소득 국가가 많습니다. 저소득 국가들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도와야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G20 국가들이 ‘강하고,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얘기할 때 그 성장은 선진국 또는 신흥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도 포함한 개념이어야 합니다. 개발에 관한 의미 있는 합의는 서울 회의의 성공을 약속할 것입니다.”
그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도 많은 저소득 국가처럼 과거 식민 피지배와 저개발 역사를 경험한 한국이야말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架橋)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또 “저소득 국가일수록 국가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국제자본의 흐름에 대응하는 능력이 취약하다”며 “선진국 의견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의 우려를 반영하는 금융안전망 구축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한 G20 회원국인 남아공은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2년 임기)으로 선출돼 아프리카의 맹주국이라는 위상을 재확인했다. 데니스 대사는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남아공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이사국으로서 지역평화와 ‘좋은 통치(good governance)’ 정착 등의 현안에 안보리가 관심을 갖도록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남아공은 같은 비상임 이사국인 브라질 인도와 함께 상임이사국 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안보리 개혁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G8보다 G20이 더욱 대표성을 지닌 것처럼 지역별 강국들을 상임이사국에 포함시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세계안보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데니스 대사는 이달 8일 한국과 남아공이 원자력협력 협정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남아공은 장기적으로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원자력 발전을 통해 얻고자 한다”며 “협정 체결로 한국이 남아공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인 틀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은 원전 건설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가진 국가라며 “앞으로 많은 협력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남아공은 고질적인 전력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건설비 1조3000억 랜드(남아공 화폐단위·약 212조 원) 규모의 원전 6기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데니스 대사는 이와 관련해 “남아공 원전 입찰이 내년에 시작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 프랑스 중국 한국이 원전 건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찰 과정은 투명하고도 공개된 방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며 “안전 기술 자금조달방법 등의 몇몇 기준을 적용해 최고의 평가를 받는 국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힐턴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195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 △1982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활동
△1998∼1999년 국가정보원(NIA) 정보부장 △1999∼2009년 첩보국(SASS) 차관보 △2010년 2월∼ 주한 남아공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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