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있는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15일 와인을 시음하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이날 프랑스 보르도의 ‘슈퍼 세컨드’ 와인 3종과 미국 나파밸리 와인 2종 블라인드 시음회에서 다나의 ‘온다도로’가 1등을 했다. 나파밸리=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포도나무가 줄지어 선 비탈진 산등성이. 거센 바람이 달려와 모자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파른 이 포도밭은 특별한 곳이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 씨가 지난해 말 100점을 준 ‘다나 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여드 2007’이 이 밭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65)이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세운 와이너리. 이 회장의 맏사위이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인 전재만 상무(39)가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와이너리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이 와이너리는 세 군데에 포도밭이 있으며 이곳에서 재배한 포도로 미국에서만 유통하는 ‘다나 로터스’ ‘다나 허시’ ‘다나 헬름스’와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온다도로’ ‘바소’를 만든다. ‘다나 로터스’가 최고급 와인이다.
이 밭에서는 포도를 1에이커(4046m²·약 1224평)에 2t꼴로 생산한다. 나파밸리 평균이 5t이며 저가 와인용 포도는 20t까지 수확하기도 한다. 전 상무는 “오냐오냐 키운 아이가 버릇이 없는 것처럼 포도나무도 그렇게 돌보면 포도의 품질이 떨어진다”면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좋은 포도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인을 만드는 전 과정을 살피는 한편 나파밸리의 다른 와인 생산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다. 와인과 와인산업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전문가 수준이었다.
세심한 손길로 수확한 포도는 쓴맛이 나는 포도 줄기를 제거하고 알알이 수작업으로 검수한 뒤 3∼4t짜리 시멘트탱크에서 1차 발효를 거친 뒤 프랑스산 오크통으로 옮겨진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을 ‘살아 있는 것’으로 여겨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전 상무는 “한 일꾼이 멕시코 음악을 크게 틀어놨다가 이 회장께 혼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100점 와인’ 다나 로터스는 미국에서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만 판매한다. 한 해 생산량이 2600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리스트에 1000명이 올라 있으며 대기자가 300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파커 포인트가 발표된 당일에만 80여 명이 와이너리로 전화를 걸어와 리스트에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 와인은 현재 병당 275달러에 판매하는데 내년부터 325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매달 일주일간 나파밸리에 머물며 직접 포도나무를 돌보는 등 정성과 열정을 와이너리에 쏟는다. 그는 “와인만큼은 대기업의 경제논리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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