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가 18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3시경 수사관을 서울지방국세청에 보내 2007, 2008년 태광그룹 특별세무조사 자료 일체를 넘겨받았다.
○ 압수수색 형식 취한 ‘자료 협조’
이날 검찰의 자료 확보는 통상적인 사정기관 간의 자료 협조 형식이 아니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 법적 절차를 밟아 정식으로 자료를 건네받는 형식을 취했다. 따라서 검찰이 단순히 자료 확보의 차원이 아니라 국세청의 세무조사 자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3, 4년 전부터는 국세청이 비공식적인 자료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서 검찰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
일단 검찰은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이 확보한 방대한 비자금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비자금 조성 규모를 이른 시일 내에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국세청은 1600억 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검찰은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포탈 혐의를 적발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세범처벌절차법에는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규정돼 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포탈 세액이 연간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태광 2007년 1600억 비자금 재수사 ▼
국세청의 고발이 있을 때에는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탈세액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통상적으로 상속 증여 과정에서의 탈세는 고발하지 않고 있고,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등과 같이 고의적인 탈세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 사정당국, 2007년 동시다발 조사
2007년 당시 태광그룹은 국세청 세무조사는 물론이고 금융감독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 조사, 검찰 수사 등 3개
사정기관으로부터 동시다발로 조사를 받아 상당한 위기에 빠져 있었다. 발단은 일명 ‘장하성 펀드’ 등이 태광그룹의 지배구조에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였다. 금감원에 ‘태광그룹 오너 일가가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주식을 매입했다’는 제보가 들어갔고, 2007년 초부터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쌍용화재 주식 매입에 이용된 자금원을 추적하다가
실제 자금주가 이호진 회장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파악했다.
금감원 조사를 계기로 국세청은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고, 검찰도 금감원의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국세청은 2008년 초 태광그룹에 790억여 원을 추징하는
것으로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당시 국세청장은 ‘그림 로비’ 의혹에 휩싸여 사퇴한 뒤 미국으로 떠나 아직도 귀국하지 않고 있는
한상률 씨였다. 검찰 역시 쌍용화재 주식 매입에 쓰인 자금의 실제 주인이 이 회장이 아니라 이 회장의 모친인 태광산업 상무 이선애
씨(82)라고 판단해 2008년 6월 이 씨만 주식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태광그룹으로서는 2008년 상반기에 790억여 원의 추징금을 내는 것으로 위기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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