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희망퇴직 ‘후한 조건’ 他은행 선례될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0일 03시 00분


직원 12% 3247명 신청… ‘3년치 기본급+자녀 2명 대학학자금’ 제공

3200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함에 따라 곧 금융권 최대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18일 밤 12시까지 1주일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는 324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5년 희망퇴직자 약 2198명보다 1000명 이상 많은 것으로 현 국민은행 전체 인원(2만6000여 명)의 12%를 넘어선다.

▶본보 8월 27일자 A1면 참조
국민은행 연내 3000명 감원


‘희망퇴직이 아닌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노조 측의 강공에도 희망퇴직자가 3000명을 돌파한 것을 두고 국민은행은 2005년 이후 5년 만의 희망퇴직인 데다 조건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정규직에게 36개월 치 기본급을 제공하고 자녀 2명에 대해 대학까지 학자금을 보장하는 등 이번 희망퇴직의 조건은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이런 까닭에 육아문제로 고민하던 여성 무기 계약직 직원들과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대상자 상당수가 희망퇴직을 선택했으며 노조에서 희망퇴직 취소센터까지 운영했지만 취소를 신청한 이는 수십 명에 그쳤다.

국민은행은 일단 ‘조직 효율화를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3000여 명이나 희망퇴직을 신청한 만큼 은행 내부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18일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였다는 한 직원은 “은행이 ‘효율성’을 강조하며 성과추진향상본부 신설을 추진하는 등 이번 희망퇴직을 피해 가더라도 성과 위주의 인사가 이어질 것이 예상되는 분위기라 많은 동료가 퇴직을 신청한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연내 시행을 앞둔 성과성향상추진본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희망퇴직을 권유받았지만 남기로 결정했다는 3년차 직원은 “일단 버티기로 했지만 성과성향상추진본부의 스트레스 강도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이번 인력조정이 4분기 국민은행 경영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KB금융의 4분기 실적도 구조조정 관련 비용 발생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령 2000명가량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2009년 평균임금(5600만 원)을 감안할 때 3396억 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청자가 3000명을 넘어섬에 따라 이 계산대로라면 이번 희망퇴직에 따른 추가 비용은 5000억 원을 넘어선다.

한편 이번 국민은행 희망퇴직에 여타 은행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인수 협상을 진행하는 외환은행뿐만 아니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합병이 이뤄질 때도 인력조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이 희망퇴직자에게 후한 대우를 약속함에 따라 향후 희망퇴직에 필요한 비용이 지나치게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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