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혐의로 조사를 받는 태광산업이 2006년 쌍용화재(현 흥국화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2005년 경영권 분쟁으로 부실 매각 대상이 된 쌍용화재를 인수하기 위해 경쟁했던 기업은 태광산업을 비롯해 STX그룹, 신동아화재, 외국계 사모펀드 호누아 등이었다. 이 가운데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기업은 STX그룹. 쌍용화재는 2005년 12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STX로의 매각을 의결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예정됐던 이사회는 STX의 인수방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무산됐다.
STX그룹은 금감위가 내세운 인수조건인 ‘지분 40% 이상 확보’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쌍용화재 지분을 인수하려 했지만 금융감독원이 ‘기존 주주들의 소송 가능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한 것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특정인을 주식의 인수자로 정해놓고 새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주가 하락 위험이 커 기존 주주들과 마찰이 자주 빚어진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난 2006년 1월 10일 태광산업은 똑같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쌍용화재 인수 계약을 했다. 또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통상 1개월 이상 걸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기간을 대폭 줄여 열흘 만에 태광산업의 쌍용화재 인수를 승인한 것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실어준다.
피인수를 확정하는 쌍용화재 이사회 역시 졸속으로 진행됐다. 2006년 1월 9일 밤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는 재적인원 5명 중 4명이 출석해 찬성 3표, 반대 1표로 가결됐다. 당시 쌍용화재 사외이사로 반대표를 던졌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20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매각이 갑자기 이뤄지게 됐다는 통보를 받고 당황스러웠다”면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반대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은 2006년 4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현안보고 회의에서 먼저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금융감독 당국이 유상증자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 태광산업을 쌍용화재 인수자로 내정하고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쌍용화재 관계자 등의 제보를 직접 받았던 나 의원실의 전직 보좌관 A 씨는 “여러 명의 제보를 받았는데 주로 태광의 쌍용화재 인수가 고등학교 동문인 태광산업 임원과 금감원 간부, 정치권 인사의 삼각 커넥션을 통해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금품도 오갔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쌍용화재 인수 특혜 의혹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STX그룹이 인수에 실패한 것은 기존 주주그룹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태광산업은 미리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에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매각 승인 절차가 평소보다 빨리 내려진 데 대해서는 “당초 부실이 심각했던 쌍용화재 매각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승인절차를 빨리 진행한 것일 뿐 특정 기업에 이득을 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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