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전화 한글 자판인 ‘천지인’과 LG전자 휴대전화에 주로 쓰이는 한글 자판 ‘나랏글’을 앞으로는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한글자판 국가표준화 및 국제표준화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나랏글’의 특허권자인 KT와 ‘천지인’ 특허권자인 삼성전자가 관련 특허의 사용권을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21일 밝혔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천지인에 대한 또 다른 특허권자인 조관현 아이디엔 사장이 특허권을 정부에 기증할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KT가 특허 개방을 선언한 것은 정부가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어 자사의 사용 방식을 독점하는 것보다는 널리 사용하도록 해 표준으로 정해지도록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보기기 자판에 대한 국제표준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전화기 영문 자판 표준과 국제표준화기구(ISO)의 PC 키보드 영문 자판 표준이 제정돼 있을 뿐 영어를 제외한 다른 언어의 국제표준은 없다. 국내 휴대전화 한글 자판 사용현황은 삼성전자의 천지인이 55%로 비중이 가장 높고 이어 LG전자의 나랏글(20%), 팬택의 SKY(14%) 순이다.
이들 업체의 특허 공개로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추진하는 모바일 기기 한글자판 표준화 작업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표원은 지난해부터 한글자판 표준화 작업을 추진해 왔지만 특허권을 가진 업체 간 이견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기표원 관계자는 “(특허권 공개로) 큰 벽을 하나 넘어섰기 때문에 최대한 이른 시간에 표준화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라며 “일단 한글 전문가 등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대국민 공청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표원은 이날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 3사가 참석한 가운데 휴대전화 한글 입력방식 표준화 회의를 개최했다. 기표원 측은 “문제가 됐던 중국의 한글자판 표준화 작업은 중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정부 주도의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오늘 참석한 통신 3사와 전자 3사 모두 이 같은 방침에 전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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