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지분 전량매각에 하나금융 주가 7.3% 폭락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우리금융 민영화 ‘새판짜기’ 어디로?

하나금융지주의 1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21일 하나금융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 구도에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테마섹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군(友軍)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돌연 하나금융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다른 외국인 주주들도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테마섹을 포함한 이들의 움직임이 우리금융 민영화의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나금융 주가는 전날보다 2600원(7.31%)이나 내린 3만2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지난해 10월 5일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소식에 14.42% 내린 이후 가장 컸다.

테마섹의 계열사인 앤젤리카인베스트먼트가 하나금융 주식 2038만 주를 전날 종가(3만5550원)보다 최대 3.5% 할인된 가격에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는 소식에 주가도 덩달아 급락세를 보였다. 테마섹이 처분한 하나금융 주식의 약 75%는 외국 기관투자가, 나머지는 국내 기관투자가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테마섹의 행보가 우리금융과 합병을 희망하는 하나금융의 전략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연기금이나 외국계 투자가 등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7% 가운데 일부를 사들인 뒤 나머지 지분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테마섹이 하나금융의 합병 전략이 바람직했다고 판단했으면 투자금을 회수하기보다 자금을 더 지원했을 텐데 합병에 이르기까지 불확실성이 많아 지분을 서둘러 정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대 주주가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 계획에 대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테마섹의 지분 매각으로 1대 주주로 올라선 골드만삭스로 옮아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국내 은행들로부터 차입한 돈으로 하나금융 지분을 매입했으나 차입금의 만기가 7월로 이미 지났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하나금융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 측은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테마섹의 지분 매각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하나금융의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은 없다”며 “민영화 입찰경쟁에서 하나금융 측에 투자를 하겠다는 기관은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하나금융이 테마섹에 투자 요청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금융은 테마섹에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테마섹의 지분 매각이 다음 달로 예정된 영국 스탠더드차터드 그룹의 유상증자 계획과 연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테마섹은 스탠더드차터드의 지분 18%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증자 과정에서 지분을 유지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려고 하나금융 주식을 처분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금융은 테마섹의 지분 매각으로 자신들이 희망하는 ‘과점 주주체제’(특정 지배주주 없이 몇몇 주주가 분산 소유하는 체제) 방식의 민영화가 이뤄질 확률이 더 커진 만큼 예금보험공사가 이달 말 매각 공고를 하면 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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