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장소를 안압지로 선택한 의미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2일 21시 07분


환율 문제로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경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과 총재들은 22일 오후 7시 경북 경주 인왕동에 있는 '안압지(雁鴨池)'에서 업무만찬을 가졌다.

안압지는 674년 신라 문무왕이 만든 정원으로 왕실에서 귀하게 여기는 새, 짐승, 화초 등을 기른 곳이다. 정부가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업무만찬을 야외인 안압지에서 연 것은 이 곳이 과거 신라왕들이 군신과 귀빈들을 위한 연회를 베풀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특별한 손님'들을 환영하고 신라의 천년 고도(古都)인 경주의 문화를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환율 문제나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과 같은 딱딱한 주제는 비공식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경치도 좋은 곳에서 만찬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안압지를 꾸밀 때도 이런 점을 최대한 반영했다. 우선 참석자들이 모두 대형 원탁 테이블에 둘러앉는 기존의 G20 재무장관 회의 만찬 방식을 피했다. 대신 7~8명이 앉을 수 있는 원탁 테이블을 7개 배치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참석자들이 자리를 옮겨 다니며 허심탄회하게 이슈들을 논의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만찬 테이블 주변 디자인은 고대 한국에 와 있다는 느낌이 나도록 꾸몄다. 입구에서부터 만찬 테이블이 있는 곳까지 이동하는 길에는 대나무 기둥들에 400여개의 청사초롱을 달았고 테이블과 무대 주변에는 십장생도(十長生圖)에 나오는 동물인 거북, 사슴, 학 모양으로 만든 20여 개의 대형 한지등(韓紙燈)을 설치했다.

만찬 이벤트로는 한복 패션쇼와 리틀엔젤스 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됐다. 한복 패션쇼에서는 모델들이 G20 나라들의 국기를 디자인에 반영한 한복을 입고 무대 워킹을 했다. 리틀엔젤스 합창단은 각 대륙의 대표적인 동요와 민요를 불렀다. 만찬 행사를 기획한 이오컨벡스의 신영권 PD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알리고 G20 국가들의 화합을 강조하는 게 만찬 이벤트의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주=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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