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와인 명산지로 떠나는 여행을 꿈꾼다. 이에 부응해 몇 년 전부터 소수의 와인 회사들이 와이너리 방문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용은 둘째 치고 모든 와인 산지가 너무 멀리 있다 보니 다녀오는 데 많은 시간이 든다. 수요가 많지 않으니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나왔을 리도 만무하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목적지는 프랑스, 미국 캘리포니아를 맴돌 뿐이다.
이 두 곳이 아닌 다른 나라, 다른 와인 산지를 가려면 스스로 부지런히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 국내 여행사에 특별 의뢰를 할 수도 있지만 항공권이나 와이너리 근처 호텔 정도를 예약해 주는 것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개인 방문이 가능한지, 와이너리 주변에서 더 볼만한 것이나 괜찮은 식당 등에 관한 정보와 예약도 결국은 의뢰자의 몫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와이너리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은 출장길에 짬을 내 들렀다든지 현지에 살고 있는 친지를 방문했다가 다녀온 경우가 대다수다.
영어도 잘하고 인터넷이 있으니 와이너리 한 번 가보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도리어 유명 산지일수록 정보가 많아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또한 영어권 국가가 아닌 유럽 와이너리 중 상당수는 영어가 무용지물이라 영어가 통하는 곳인지 사전에 알아봐야 한다.
특정 와이너리를 고집하지 않는다면 첫 와이너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가장 먼저 권유하는 사이트는 그레이트와인캐피털스닷컴(www.greatwinecapitals.com)이다. ‘그레이트와인캐피털 글로벌 네트워크’는 보르도(프랑스), 피렌체(이탈리아), 마인츠·라인헤센(독일), 빌바오·리오하(스페인), 포르투(포르투갈), 케이프타운(남아공), 내파(미국), 크라이스트처치·남섬(뉴질랜드), 멘도사(아르헨티나)가 도시 간 교류를 통해 더욱 활발한 와인 관광 촉진을 도모하려고 1999년 설립한 단체다.
이들의 많은 활동 중 가장 큰 호응을 얻는 것은 매년 열리는 ‘최고의 와인 관광’ 대회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회원 도시별로 최고의 숙박, 식당, 와이너리의 예술과 문화, 건축, 혁신적 체험 프로그램, 서비스 시설 등 총 6개 부문에서 1위를 선정한다. 이렇게 뽑힌 도시별 1위들이 다시 모여 그해 최고의 자리(글로벌 위너)를 놓고 경합을 벌인다. 9개 도시 모두 와인 관광으로 유명하다 보니 해당 도시의 상공회의소가 지역 예선을 주관하기도 하고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 기관인 관광부가 직접 나선다.
올해는 11월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최고의 와인 관광 2011’ 대회의 최종 결과 발표(및 이들의 연례회의)가 있다. 선정된 곳의 정보는 카탈로그 형태로 이곳 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샤토 지스쿠르
보르도 마르고 마을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는 ‘최고의 와인 관광(Best of Wine tourisme) 2007’ 대회에서 서비스 시설 부문 최고 자리를 차지했다. 2008년 7월에는 한국에도 수차례 방문한 바 있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의 연주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3등급 와인이지만 늘 그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는 든든한 와인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을 블렌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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