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Census 인구주택총조사]<2>센서스를 보면 대한민국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정책수립-예산배정 나침반 역할… 올해는 저출산 고령화 파악 중점

지난해 10월 보금자리주택 청약 신청을 받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에는 자녀 3명과 함께 온 신청자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대부분 3자녀 특별공급을 신청하려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3자녀 특별공급의 출발은 바로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Census)였다. 당시 조사 결과 배우자가 있는 25∼44세 여성이 있는 가구 중 자기 집에서 거주하는 가구의 평균 출생아 수는 1.90명으로 전월세 가구의 출생아 수(1.68명)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통해 주거의 안정과 출산율 제고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센서스는 정부가 각종 정책을 만들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다음 달 방문조사에 앞서 22∼31일 인터넷 조사를 먼저 실시하면서 참여자들에게 5만 원 상품권과 노트북컴퓨터, 발광다이오드(LED) TV 같은 경품을 지급하고 참여한 가구의 초중고교생들에게 2시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것도 국민의 참여율이 국가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통계는 마케팅 토대

센서스는 국가정책의 나침반으로만 기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센서스 결과를 모집단 자료로 해 표본조사를 실시하거나 2차 가공통계를 만들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한다.

올해 상반기에 큰 인기를 끈 우리 쌀 막걸리는 쌀 재고량이 급격히 늘고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인식도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에 착안해 개발됐다. 1997년 102.4kg이었던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이 2006년 78.8kg으로 쌀 1가마를 밑돌고 2008년 75.8kg, 2009년 74kg으로 계속 줄어 쌀 재고량이 늘어났다. 여기에 국민의 69%가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통계수치는 쌀로 만든 안전한 먹을거리 제품을 착상하는 계기가 됐다.

강환구 참살이탁주 대표는 “국산 쌀을 원료로 만든 막걸리는 수입쌀이나 수입밀로 만든 막걸리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잘 개발되지 않았지만 쌀 재고량 증가로 가격인하 요소가 생긴 데다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뒷받침돼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집에서 가사와 육아 등을 하는 재택 남편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통계는 직화오븐 제품이나 자동세척 기능이 있는 압력밥솥, 로봇청소기 같은 가사도우미 제품의 개발로 이어졌다.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의 증가에 착안해 경제력을 갖춘 30, 40대 여성을 위한 ‘하우스 웨딩’(저택이나 리조트, 게스트 하우스를 빌려 파티 형식으로 치르는 결혼식) 상품도 센서스 통계를 기반으로 나온 상품이다.

○미래 사회 준비

정부가 올해 센서스에서 가장 비중 있게 파악하려는 내용은 저출산 고령화 실태다. 20일 유엔인구기금(UNFPA) 등이 발간한 ‘2010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세계 평균인 2.5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사 대상 186개국 중에서는 홍콩(1.01명),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22명)에 이어 꼴찌에서 세 번째다.

▼ 인터넷 참여땐 경품-자녀 봉사활동 확인서 혜택 ▼

게다가 2005년 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구조는 30, 40대 인구가 가장 많고 노년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유소년 인구는 감소해 배만 불록하고 하체는 허약한, 바닥이 좁은 ‘항아리형’을 나타내 앞으로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정부는 다자녀가구 주택특별공급, 출산장려금과 보육비 지원처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전방위 정책을 펴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인구의 일자리 창출 사업도 고령화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이번 센서스에서 저출산 고령화 방향의 특이한 현상이 파악되면 정부의 추가 대책 수립에 상당한 밑그림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실 통계청장은 “한국은 이미 1983년 출산율이 2.07명까지 떨어졌는데도 1990년대 중반까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출산억제정책을 폈던 정책 대실패의 아픈 기억이 있다”며 “이번 총조사에서 외국인과 다문화가정 항목이 추가된 것은 향후 한국 사회의 주요 인구축이 될 이들의 실태를 통해 미래 사회를 준비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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