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우리는 그 회사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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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우리는 그 회사가 아닙니다.”

태광산업을 비롯한 태광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같은 이름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태광이라는 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배관자재, 관이음새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섬유 제조업체인 태광산업과도, 태광산업이 속해 있는 태광그룹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13일부터 이 회사의 주가는 8%나 빠졌습니다. 투자자들이 태광이라는 이름만 보고 태광그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회사로 하루 수십 건의 항의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물론이고 증권사에는 이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를 묻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고 합니다. 이 회사의 수난은 이번만은 아닙니다. 지난해 정국을 달궜던 ‘박연차 게이트’ 때도 사건 초기에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과 비슷한 이름 때문에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태광만 아닙니다. C&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조사가 시작된 사실이 알려진 21일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인 C&우방랜드의 주가는 하한가까지 떨어졌다가 결국 6.64%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다음 날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죠.

이 회사는 원래 C&그룹 계열사였지만 올 3월 이랜드그룹에 인수된 회사입니다. 조직 정비 작업을 거쳐 회사 이름을 ‘C&’을 뗀 우방랜드로 바꾸기로 결의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연 날이 하필 21일입니다. 임시주총 날짜가 며칠만 빨랐어도 이런 곤욕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요.

이 같은 사례는 알고 보면 다양하고 많습니다. 문제가 생긴 회사는 아닙니다만 대성지주와 대성홀딩스는 서로 다른 회사입니다. 두 회사의 오너들은 고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아들들로 큰형인 김영대 회장의 대성지주는 석유류 판매업을, 셋째인 김영훈 회장의 대성홀딩스는 도시가스 공급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대성지주를 영문명으로 표기하면 대성홀딩스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도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름이 비슷한 회사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는 걸 당연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 들어가 기업
이름을 한 번이라도 검색하면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찾을 수 있습니다. 지배주주가 누구인지, 회사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를 검색만 해본다면 사명 때문에 빚어지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죠. 클릭 한 번 하는 조그만 관심만 있다면 말입니다.

자신이 투자할 기업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로울 뿐 아니라 비슷한 사명으로 곤욕을 치르는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요.

하임숙 경제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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