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0시경 구속영장이 집행된 임병석 C&그룹 회장은 대검찰청 본관에서 수사관들과 함께 나와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그는 이틀간 계속된 조사 탓에 초췌해진 모습으로 “혐의를 인정하나” “억울한 것이 없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 없이 호송차량에 올랐다.
임 회장은 23일 오후 3시 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 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그는 두 시간가량 진행된 심사에서 “계열사 간 지원은 전체 그룹을 살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고 경영난이 심해지자 대출로 기업을 살려보려고 했다”며 “재기하려는 젊은 사업가를 무너뜨리지 말아 달라”고 울먹였다. 그는 “대출 담당자들을 모두 불러 조사하지도 않고 나를 먼저 체포했다”며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정치인도 만나고 금융권도 만날 수 있지만 저는 평균 이하만 했다”고 읍소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임 회장의 혐의는 1000억 원 규모의 부정대출과 1000억 원대 횡령 및 비자금 조성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C&우방의 분식회계를 통해 480억 원의 손실을 감춘 뒤 은행에서 10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C&중공업에서 C&라인에 180억 원을 지원하는 등 경영상태가 나쁜 계열사의 빚을 다른 계열사 돈을 빼내 갚았고, 효성금속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 회사를 인수한 뒤 이익을 빼돌리고 매각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일정 기간 주가가 떨어지면 갚아야 하는 조건으로 28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이를 막기 위해 시세 조종을 꾀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C&그룹이 1조7000억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회사를 인수해 부실기업으로 전락시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었다”며 “부실기업을 수사할 때 주요 피의자가 해외로 도주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변호를 맡은 안식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이미 (대구지법 서부지원에서)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중국을 19차례 드나들면서도 도주하지 않았다”며 “성실하게 재판을 받고 있는데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피의자를 체포한 뒤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법규정 때문에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자료로만 임 회장의 혐의를 특정했지만, 실제 임 회장이 저지른 비리는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배임과 사기, 분식회계(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적고 횡령 혐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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