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기업]‘Made in Korea’ 세계를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화학·항공·자동차 등 ‘글로벌 넘버1’ 기업 속속 등장


《2004년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중급 브랜드 부문 4위에 올랐을 때 미국의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사람이 개를 물었다’고 표현했다. 선두 업체를 따라가기에 바빴던 현대차가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과거에는 세계 유수 회사의 그늘에 가려 저렴한 차만 만드는 회사로 인식됐지만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로 끊임없는 품질혁신, 기술개발을 통해 선두 업체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위치로 올라선 기업의 스토리는 비단 현대차만의 것이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화학,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인정받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뒤늦게 출발했더라도 영원히 2등에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는 희망을 샘솟게 한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 기술 선점한 LG화학


사진 제공 LG화학
사진 제공 LG화학
LG화학은 새롭게 각광받는 산업 분야에서 기술을 미리 선점해놓고 “세계 1위도 어렵지 않다”고 외치는 회사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다. LG화학은 지난해 GM이 내놓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 쓰일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공급업체로 선정됐고 미국의 포드, 이턴, 유럽의 르노, 볼보, 중국의 창안자동차와 현대·기아차 등 총 8곳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의 공급계약을 발표했다. LG가 리튬이온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 개발에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다. 당시 2차전지 사업은 일본 업체의 전유물이었다.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야 했는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아 LG는 몇 번이고 개발을 접으려 했다. 그러나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오히려 “2차전지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지시했다. 구 회장은 “기술 자립을 못하면 생존할 수 없고 기술을 가진 기업에 수모를 당하게 된다”며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2차전지 사업은 지금 LG화학의 미래 성장동력이 됐다.

●항공기 서비스 ‘세계 최고’

사진 제공 아시아나항공
사진 제공 아시아나항공
세계 어느 나라 항공기를 타봐도 기내 서비스와 시설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보다 더 좋은 항공사가 없다는 데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승무원들의 친절한 미소와 서비스, 맛있는 기내식, 편한 좌석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 이후 4년 연속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하는 5성 항공사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해 ATW(Air Transport World)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항공사’상을 수상했고 올해 5월 스카이트랙스에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돼 항공업계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대한항공도 2006년에 미국의 ATW로부터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적인 변신을 이룩한 항공사에 수여하는 ‘피닉스상’을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해외 언론은 이들 항공사가 “아시아를 벗어나 글로벌 초일류 항공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현대·기아차 품질·디자인, 괄목상대

놀라운 품질 개선을 이뤄낸 현대·기아자동차는 디자인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 선도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디자인에 대해선 “철학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

사진 제공 현대·기아차
사진 제공 현대·기아차
기아차는 2005년부터 디자인을 미래 핵심역량으로 설정하면서 이런 평가를 불식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데 이어 ‘직선의 단순화’라는 미래 디자인철학을 제시하고 ‘패밀리룩’을 개발해 디자인의 통일성을 꾀했다. ‘쏘울’ ‘모하비’ ‘포르테’ ‘K7’ ‘K5’ ‘쏘렌토R’ ‘스포티지R’ 등이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을 적용한 차량이다.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새로운 디자인 철학으로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내걸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친환경차로 변화하는 시점임을 고려해 앞으로 친환경차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당당한 세계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12년에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와 전기차 양산 등으로 친환경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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