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자금 송금 월단위로 쪼개고… 12월 중순 피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7일 03시 00분


■ ‘환율 요동기’ 환테크 가이드

‘기러기 아빠’ A 씨는 8월 초 은행을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자녀의 가을학기 학비를 보낼 시점을 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60원대로 한 달 전보다 40원가량이 떨어진 상태였다. “한 달 전보다 떨어진 만큼 하락기이니 월말에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직원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8월 말이 되자 오히려 1200원대에 근접하게 올라버린 환율에 A 씨는 쓰린 가슴을 쥐고 환전을 해야만 했다.

요즘 기러기 아빠들은 송금 시점 잡기가 더 곤혹스럽다. 각국이 자국 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벌이는 환율전쟁이 불거지며 원-달러 환율은 더 요동치고 있다. 26일 원-달러 환율은 1116.80원(종가 기준)으로 약 한 달 전인 9월 27일 1148.20원에 비해 30원 넘게 빠졌다. 두 달 전인 8월 26일 1190.00원에 비해서는 80원 가깝게 폭락했다.

○ 나눠서 환전하라


전문가들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당분간은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각국이 앞서 경주회의에서 ‘시장 지향적 환율’에서 더 나아간 ‘시장 결정 환율’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추락할 때 추락 속도를 제어할 외환당국의 개입이 어려워질 것임을 예고한다. 하지만 환율의 방향은 또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다.

이럴 때는 일단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나눠서 환전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다. 환율이 어디로 향하든 소량씩 바꿔놓으면 큰 위험은 피할 수 있다. 오인아 한국씨티은행 청담중앙지점 씨티골드센터 팀장은 “유학생에게 송금하는 부모들은 보통 7, 8월이나 12월에 집중적으로 보내는 편”이라며 “이 시기에 한꺼번에 보내지 말고 월 단위로 소량씩 나눠 보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할 송금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도 나와 있으니 활용해 볼 만하다. 각 은행의 외화 적립 통장을 이용하면 미국 달러든 원화든 원하는 통화로 매월 액수를 정해 통장에 쌓아둘 수 있다. 은행마다 외화 상품의 수수료도 다르니 꼼꼼히 챙겨보면 수수료 면제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단,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50원가량씩 폭락하는 달에는 다른 때 환전한 금액의 2∼3배를 바꿔두는 것도 방법이다. 보통 폭락 시기에는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끌어올리는 편이다. 환율이 반등하면 달러화로 바꾸는 사람에게는 손해다.

꼭 올해 내에 송금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12월 중순을 피해 12월 초 이전이나 아니면 아예 12월 말에 환전하는 것이 좋다. 12월 중순에는 기업들이 외국기업에 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 국내 카드로 계산하는 것도 방법

지금처럼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큰 금액이 아니라면 송금 대신 카드 결제를 활용하는 게 경제적일 수 있다. 박동규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 PB팀장은 “국내 계좌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해외에서 사용하면 보통 1주일이나 열흘 후에 청구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흐름이라면 좀 늦춰 결제하는 것이 원화로는 저렴하게 지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통화 가치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화나 위안화를 미리 쌓아둘 필요도 있다는 의견이 있다. 미래보다 저렴할 때 사뒀다가 강세를 발할 때 달러화로 환전하면 더 많은 액수의 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원화강세기 환전 노하우

○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나눠 환전하기

○ 원-달러 환율이 50원가량 급락하는 달에는 평소의 2~3배를 환전하기

○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는 국내에서 만든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 강세가 예상되는 유로화, 위안화 적립해두기

○ 외화 관련 금융상품의 낮은 수수료 꼼꼼히 챙기기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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