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현장에서/ “코스닥 상장” 외국사 몰려오는 ‘숨은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올해 한국 증시는 굵직한 해외발 악재들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진국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중에도 거침없이 상승한 코스피는 최근까지 1,900 선에서 등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동성이 풍부한 한국 증시에 새롭게 관심을 갖는 외국 기업들도 부쩍 늘어난 듯합니다.

얼마 전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일본의 사무관리시스템업체인 오피스24 관계자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그 열기를 직접 느낄 기회를 가졌습니다.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이 기약 없는 장기 침체나 속절없는 폭락을 맞이한 것과 달리 한국은 시장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공개(IPO) 시장 역시 활기 찹니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서 그만큼 유리하다는 뜻입니다.

현재 한국 증시에 상장한 해외 기업들은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지만 일본 기업들의 관심도 늘고 있습니다. 오피스24의 한 임원은 “일본 시장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 해외상장 노리는 일본 기업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처럼 해외기업 상장이 다양화되는 것은 한국자본시장 세계화를 위해 긍정적인 일입니다. 거래소 측에서는 “해외 기업들을 유치해서 상장시키는 일이 자본시장 국제화의 완성단계”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성장성 높고 내실 있는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상장된 외국 기업의 숫자가 얼마나 늘었느냐 줄었느냐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힌 것은 상장 자체에 소요되는 기간이 자국에 비해 훨씬 짧고 절차 역시 간편하고 빨리 이뤄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신중하고 철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상장까지 한국에 비해 2배 이상 긴 기간이 소요되는 등 훨씬 까다로운 과정을 거칩니다.

중국 기업들 역시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높아서라기보다는 중국 증시 자체에 워낙 많은 자국 기업들이 상장 대기 중인 탓에 차선책으로 한국 증시를 택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비교적 허술한 검증 시스템을 노리고 한국 증시로 오는 해외 기업들이 생긴다면 우리 시장 자체의 신뢰도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 IB팀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기업의 규모나 네임벨류를 따지기보다는 어느 정도 기준에만 맞는다면 상장시키면서 양적인 면에 치중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해외 기업들이 선전 중인 국내 자본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구색 맞추기식 세계화보다는 질적 도약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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