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신입사원이 복사기 옆에 앉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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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한국만의 ‘신나는 직장 만들기’ 프로젝트

사진 제공 21세기북스
사진 제공 21세기북스
미국 스탠퍼드대의 제프리 페퍼는 1970년대 초반부터 2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기업을 조사했다. 1위는 사우스웨스트항공으로 무려 217배가 올랐다. 월마트 타이슨푸드 서킷시티 등이 상위권에 들었는데 이들 상위권 기업은 예외 없이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이었다. 항상 대체품의 위협에 시달리는 업종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종래 전략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비교우위를 원할 경우 진입장벽을 높게 칠 수 있어야 한다. 대체품의 위협이 적은 곳을 찾아내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페퍼의 조사 결과는 전략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페퍼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업종에서 성공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월마트의 성공 요인을 기업의 고유한 조직문화에서 찾았다. 조직문화란 그냥 자연스럽게 내버려둬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영역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조직문화를 개선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민간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도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은 서슴지 않고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회사나 기관에서 크건 작건 어떤 조직의 리더가 되었다면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보통 처음 3개월 동안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리더로서 성패가 갈린다고 한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는 새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회사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려 하지 않는 등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을 때 최고경영자가 드라이브를 건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유난히 제목이 긴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의 조직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장기간에 걸쳐 관찰하고 진단했던 일터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특한 조직문화 개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어느 직장이건 사무실의 자리 배치만 보면 금방 누가 윗사람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 알 수 있다. 팀장은 창가에 앉고 막내는 복사기 옆에 앉아 있다. 너무나도 익숙한 일터의 풍경이지만 이런 자리 배치에 문제는 없는 것일까.

직장인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신의 직장이 ‘가족적인 분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업무를 수행할 때는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다’고 응답한다. 왜 가족적인 분위기인데 협조하지 않는가. 저자는 가족적이라고 판단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해답이 나온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는 바로 ‘적당히 봐주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전날 회식을 했으니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해도 너그럽게 봐주는 분위기 말이다.

어느 날 신문에 어느 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진이 실렸다. 장관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상할 게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으로 생각하겠는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문화는 권력거리를 크게 인식하는 문화일 가능성이 높고, 그 반대는 권력거리를 작게 인식하는 문화라고 한다면 한국은 권력거리를 크게 인식하는 나라에 속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는 현장 방문의 기회를 늘려 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권위자와 만나는 것을 불편해할 뿐이다.

미국의 교포사회를 연구한 어느 인류학자는 “한국의 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고 지적한다. 말을 듣지 않는 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직장에서도 한국의 부모와 같은 상사가 있다면 결국에는 말문이 막히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소통이 막히는 것이다.

조직문화에 대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조직문화를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긴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저항에 부딪히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체계적인 변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문화를 개선해 보려는 리더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 이제는 도덕이다
도덕성이 왜 리더의 근본자질인가
도그 렌닉 지음·정준희 옮김
248쪽·1만2000원·북스넛


“장기적으로 오래가는 성공을 거두려면 리더는 필수적으로 도덕성, 즉 ‘도덕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책. 리더십 컨설턴트로 30여 년간 여러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간부들에게 감성능력을 교육해온 저자가 감성능력과는 또 다른 ‘도덕능력’이 리더의 근본 자질이라고 역설한다.

저자가 말하는 도덕능력은 ‘보편원칙이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심적인 능력’이다. 특히 모든 행위를 주변에서 평가받고, 많은 권력을 지니는 리더일수록 자신의 도덕능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몸으로 보여야 한다. 도덕능력은 성실 책임 동정 용서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기반이 없는 리더는 한두 번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성공을 이루기는 힘들다. 도덕적이어서 성공한 기업과 그렇지 못해 실패한 기업의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도덕능력의 중요성과 행동 방침을 담았다.

■ 30대, 평생 일자리에 목숨 걸어라
은퇴없는 ‘평생 일자리’ 문 두드려라
김상훈 이동영 지음
268쪽·1만3000원·위즈덤하우스


“어떻게 하면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까.”

모든 직장인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질문에 “평생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답을 내놓는 책. 저자들이 말하는 평생 일자리는 평생 직장과 다르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현재의 직장에서 정년퇴임하는 것, 임원이 되거나 고액 연봉자가 되는 것’을 진짜 ‘평생 일자리’로 착각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책이 제시하는 평생 일자리의 조건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즐겁고, 소박한 밥상처럼 느림과 만족의 미학이 있는 일들이다. 광고회사를 다니다 튀김집을 내거나, 제약회사 연구원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되는 등 여러 가지 평생 일자리 사례도 제시한다. ‘프리 에이전트의 시대가 온다’ ‘가족에 올인하라’ ‘평생직장의 환상을 버려라’ 등 평생 일자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조언을 담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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