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는 시점이 문제였을 뿐 사실상 기정사실화돼 왔다. 그동안 박 명예회장은 꾸준히 그룹 현안을 직접 챙겨 왔다. 특히 5월 모친인 이순정 여사가 작고한 뒤로는 매일 사무실에 나왔고, 최근 그룹 인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도 박 명예회장의 복귀 수순을 밟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의견을 조율해 왔다. 산업은행도 워크아웃 등으로 위기에 몰린 계열사를 정리하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7월 30일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그룹을 이끌던 박찬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한 것은 박 명예회장의 복귀가 임박한 직접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박 명예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경영복귀 의지를 담은 e메일을 보냈다. 그는 e메일에서 “좀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조직의 DNA 중 그룹의 미래 전략과 관계없는 부분은 정리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앞장서서 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명예회장의 복귀로 그룹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지금 진행하는 워크아웃 작업들을 서둘러 마무리짓는 한편 영업력 강화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3월 경영에 복귀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석유화학 분야의 분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최근 회장 직속 컨트롤 타워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비해 박 회장이 석유화학 계열사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으로 풀이해 왔다. 이렇게 되면 ‘형제의 난’ 이전에 재계 서열 8위까지 올랐던 금호그룹은 산업 부문별로 나뉠 것으로 보인다.
박 명예회장과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매각 등 그룹 현안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립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금호아시아나의 주요 계열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런데 지난 추석 연휴에 광주, 전남 지역 경제인들을 대상으로 두 형제가 함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인사를 전해 갈등관계가 많이 회복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그룹 계열사의 일부 노조와 소액 주주 등은 박 명예회장의 복귀에 대해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까지 가게 하는 등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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