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號, 불안한 집단과도체제로… 신상훈-이백순 거취로 관심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 라응찬 회장 퇴진 이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10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 본점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10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금융 본점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신한금융그룹이 출범 9년 만에 ‘이사회 중심의 집단 지도체제’라는 초유의 지배구조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라응찬 회장이 자진해서 물러난 데 이어 류시열 비상근이사가 대표이사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되고 이사회 멤버로 구성된 9인 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회장대행 및 9인 특위는 후계구도가 확립되는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가동되는 과도체제지만 이를 놓고 벌써부터 파열음이 생기는 등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신한금융 ‘불안한 과도체제’로

신한금융은 10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류 이사를 회장대행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사회는 직함도 회장대행이 아닌 회장으로 부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라 회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객과 주주, 임직원에게 너무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신한금융 사태가 일어난 지 58일 만이다. 다만 라 전 회장의 등기이사직은 내년 3월까지 유지된다.

이어 신한금융은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내년 3월까지 이사회가 책임을 지고 그룹을 경영하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 사태의 당사자인 라 전 회장과 신 사장, 이백순 행장 등 ‘신한 3인방’을 제외한 9명의 이사가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런 집단 지도체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대행 선임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과 달리 특위 구성에 대해 이사회 구성원 12명 중 4명이나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이 4명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교포 사외이사들이어서 신한금융 사태가 주주 간 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포 사외이사들은 라 전 회장과 가까운 류 회장이 특위에까지 참여하면 후계구도 논의에서 라 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신한은행 노동조합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류 회장이 포함된 9인 특위 구성에 반대하고 있다.

류 회장은 31일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회장 집무를 시작했으며 1일 오후 라 전 회장과 이·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 신한금융 사태의 또 다른 변수


신한금융 사태의 또 다른 변곡점은 4일 열릴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다. 라 전 회장이 이미 사퇴했기 때문에 징계에 따른 실질적 효력은 없지만 금감원이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신 사장도 주의 또는 주의적경고 등 경징계가 예고돼 있는 데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연루된 40여 명의 임직원도 제재 대상이다.

8일부터 시작되는 금감원의 신한금융 및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에서는 금융당국의 칼날이 신 사장과 이 행장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 이번 검사는 12월 중순 마무리되며 결과는 신한금융 주총이 열리는 내년 3월 나올 예정이어서 신한금융 후계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 3인방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도 신한금융 사태의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새로운 지배구조 정착-조직안정이 최우선”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 ▼

신한금융지주 류시열 회장 직무대행(72·사진)은 10월 30일 이사회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최우선 과제는 신한금융의 조직안정과 지배구조의 새로운 정착”이라며 “특정인,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의명분을 저버리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 직무대행은 한국은행 부총재와 제일은행장,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낸 금융전문가로 2005년부터 신한금융 사외이사를 맡아 신한의 문화도 잘 이해하는 인물로 꼽혀 왔다.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소감은….

“나이도 많고 능력도 없다. 주위에서도 말렸다. 그러나 회장이 사퇴하는 마당에 당신밖에 없지 않느냐, 희생하는 일이지만 조직을 안정시키고 리더십 체계를 투명하고 깨끗하게 확립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장 직무대행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지금 상황에서 과제는 조직안정과 지배구조의 새로운 정착이다.”

―회장 직무대행과 특별위의 관계와 역할 분담은….

“직무대행은 통상적인 업무수행을 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책무를 가진다. 이사회가 있지만 특별위는 수시로 만나서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해야 할 일을 점검하고 안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다. 둘의 목표는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고 새로운 CEO(최고경영자)를 투명하고 수긍할 만한 사람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라응찬 회장 쪽 사람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특정인과 가깝고 멀다고 말하면서 신뢰가 없다고 하는 것은 음해다. 개인의 이익이나 특정인,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살지 않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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