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의 투자터치]분산-집중 논쟁보다 종목 경쟁력 파악이 핵심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이번 주 격언-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듣는 속담 가운데 ‘모르는 게 약이다’란 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속담도 자주 듣는다. 상황에 따라 쓰는 용도가 다르지만 언뜻 보면 모순되는 말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라든지, ‘공든 탑이 무너지랴’와 ‘십년공부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속담도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증시 격언 중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말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만약의 경우 바구니가 엎어져 계란을 몽땅 깨뜨릴 수 있으니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 안전을 꾀하라는 것이다. 흔히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 미국 월가의 투자자문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앤드루 토비아스는 “한 바구니에 모든 계란을 담지 마라. 거기에 구멍이 나 있을지도 모른다”라며 분산투자를 강조한다.

그런데 분산투자로는 투자위험을 줄일 순 있지만 높은 수익을 내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위험분산을 한답시고 너무 많은 종목에 자질구레하게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겠다. 많은 종목을 일일이 관리하기도 힘들고 이 종목 저 종목 자주 매매하면서 거래비용의 부담도 커질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투자자는 수십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바람에 자신이 어떤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해 적절한 매매시점을 놓치기도 하고, 해당 기업의 정보와 공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아예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라고 강조하는 사람도 많다. 월가에서 증권왕으로 불리던 제럴드 로브는 “당신의 계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담아라. 잘 아는 일부 종목만으로 평생 동안 매매하라”고 조언한다.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은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라. 그리고 그 바구니를 잘 지켜라”라고 충고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전통적인 투자격언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이다.

버핏은 “흔히들 단 한 종목을 보유하는 것보다 열 종목을 보유하는 것이 낫고, 열 종목보다는 백 종목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분산투자라는 주문에 익숙해져 있고, 그 결과 그저 그런 수익률을 얻는다는 사실에 둔감해지고 말았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평균수익률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증시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 종목은 극히 일부 우량주에 불과하다. 그 우량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사실 일반투자자들에게 주식형 펀드를 비롯한 간접투자를 많이 권하는 것은 펀드의 분산투자 효과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진 펀드매니저가 나름대로 고심해서 종목들을 선정했고, 그것도 수십 종목을 선정해 분산투자했으니 위험성을 상당히 줄인 셈이다. 더구나 적립식 펀드는 투자금액과 매입시점까지 매달 나눠 분산되므로 위험도를 더욱 낮춘 투자 상품이다.

그러나 직접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을 따라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때 과연 몇 종목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반투자자들이 한두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그 종목이 잘못된다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불안심리가 오히려 투자 실패로 몰고 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종목 수에 대해서는 어떤 정답이 있다기보다는 투자자의 투자금액이나 투자경력 등에 따라 다소 달라질 것이다. 가급적 관심종목 수를 10개 이내로 줄이고 그 안에서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한편 마젤란 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계란을 바구니에 어떻게 담을 것인가 하는 논쟁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종목의 개수가 아니다. 그 종목들이 얼마나 좋은지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조사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기준에 적합하다면 다수 종목이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 종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산투자 자체만을 위해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은 무익하다. 어리석은 분산투자야말로 일반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라고 충고한다. 이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을지, 아니면 나누어 담을지는 여러분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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