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노베이션 스튜디오를 지난주에 다녀왔습니다. 벤츠는 이곳에서 차량 개발에 앞서 직원들과 외부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이노베이션 워크숍’을 1년에 70회 정도 개최합니다.
벤츠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기자 20여 명을 초청해 ‘2010년 출시될 차에서 누릴 수 있는 독특하고 안락한 경험’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워크숍은 기자들이 7, 8명씩 그룹을 짓게 한 뒤 음악을 틀어주고 춤을 추면서 10년 뒤 차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에 대해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각자의 메모지에 적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산소, 샤워, 타임머신, 낮잠, 산책, 우주여행 등 그룹별로 100여 개의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참가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취합한 뒤 그룹별로 토론해 미래 자동차에 적용할 콘셉트를 이야기하면 디자이너가 미래 카의 모습을 그림으로 구체화했습니다.
이노베이션 스튜디오 연구원들은 이렇게 모인 아이디어를 미래학자, 철학자들과도 토론해 미래의 메가트렌드와 어떻게 접목할지 연구하고, 최종적으로 연구개발 담당 직원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 아이디어를 선별해 낸다고 합니다. 벤츠는 지난해 워크숍에서 2016년에 나올 차와 관련한 아이디어 600개를 얻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10년 뒤에 나올 차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벤츠가 자동차에 처음 적용한 에어백과 ABS, ESP(차체자세제어장치)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벤츠가 속해 있는 다임러그룹의 제품 혁신 담당 임원인 바랏 발라수브라마니안 부사장은 “베스트 아이디어를 가려내 최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작업이 벤츠만의 창의적인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우리의 이노베이션 원천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게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벤츠는 지난해에만 2000여 개의 신규 특허를 등록해 독일 자동차산업 분야에서 특허 취득 1위를 차지했습니다.
벤츠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이후 120년이 넘는 동안 세계 자동차산업을 선도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워크숍에 참석해 그들의 설명을 듣고 나니 최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를 추구했던 게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노베이션 스튜디오에서 열린 혁신 워크숍은 그 원동력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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