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온라인게임 무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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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일 03시 00분


CJ인터넷 이어 NHN도 진출 6년만에 철수 선언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한 해외 진출을 계속하겠다.”

지난달 28일 NHN의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김상헌 대표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묻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NHN은 전날 중국 게임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공시했다. 2004년 6월 중국 하이훙사와 손잡고 만든 합작법인 ‘아워게임’의 지분 55%를 전량 매각했다는 것이다. 누적적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게임시장은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게임만 2008년 50%. 2009년 55.4%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 기업의 성적이 시원치 않다. NHN에 앞서 CJ인터넷도 올 초 중국 현지법인을 철수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심하다”며 “그 사이 경쟁력 있는 중국 게임업체가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작아지는 한국 온라인 게임

2000년대 초반 한국의 화려한 온라인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연일 화제였다. 앞선 기술력과 화려한 그래픽, 탄탄한 스토리를 앞세운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중국 시장을 파고들었다. 2002년에는 중국에서 한국산 게임 점유율이 70%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 25.6%에 머물렀다.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 1위도 2008년부터는 중국에 그 자리를 내줬다. 지난해 중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시장 점유율 31.3%. 한국은 뒤를 이은 23.0%로 점차 그 비중이 줄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NHN의 실패를 살펴보면 한국 게임의 중국시장에서의 정체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4년부터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보고 외국 게임에 대한 규제정책을 강화해 왔다는 것.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유통을 맡을 현지 업체를 통해야 하고, 게임을 새로 낼 때마다 ‘판호’라는 일종의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라이선스를 언제 줄지 모른다는 것. NHN 한게임 이상훈 팀장은 “게임은 사용자들과 호흡하면서 자주 업데이트해야 하는데 허가 문제 등으로 게임포털 자체가 노후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유통을 맡다 보면 어느새 그 업체가 우리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며 “어느새 중국 게임의 그래픽 등 기술력이 한국 게임을 능가할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 창의력으로 승부를 봐야


중국시장에서 한국 온라인 게임의 비중은 줄고 있지만 일부 현지 유통업체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게임은 여전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008년 6월 중국에 진출한 ‘던전앤파이터(중국서비스명 지하성과 용사)’는 중국 시장 내 온라인 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최고 동시접속자 수 220만 명을 돌파했다. 넥슨 홍보팀 이재교 이사는 “중국 제휴업체와의 파트너십과 현지화가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력이 부상하고 있지만 창의력과 기획력은 한국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정재우 애널리스트는 “‘블레이드앤소울’ 등 대작들이 향후 중국에 진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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