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과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11, 12일)까지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대세였다. 그러나 이제는 구체적 성과나 진전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이 돼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일 전화 통화에서 ‘서울 G20 정상회의 이전 한미 FTA 체결 합의 원칙’을 다시 밝힌 뒤 정부 안팎에서 이런 전망이 나왔다. 두 정상이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 때 했던 다짐을 5개월 만에 재확인한 만큼 그동안 꼬여있던 양국 간 협의의 결정적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은 양국 간 FTA 타결이 ‘기존의 군사동맹+경제동맹’이란 차원을 넘어 각국의 중장기 전략적 이해에도 크게 부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조기 타결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 타결’에 집착하는 이유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쓰면서 경제 살리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약 9.6%)과 소비심리의 악화 등으로 미국 유권자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나쁘다. 그 정치적 결과가 2일(현지 시간) 중간선거의 패배로 귀결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를 하나의 경제적 돌파구로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면 100억 달러 이상의 수출 증대와 7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중 FTA 타결→1월 의회 비준’ 같은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하는 이유도 FTA 타결의 성과를 야당인 공화당에 넘겨줄 수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많다. 정부 내 한 미국 전문가는 “중간선거 패배로 미국 하원이 여소야대가 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원래 FTA에 우호적인 공화당에 등 떠밀리는 형국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11월 중 FTA 타결’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이 대통령도 한미 FTA는 한미동맹의 수준을 질적으로 도약시키고 G20 의장국으로서 탈보호무역주의의 선구자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 타결의 핵심은 결국 자동차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지지를 강하게 받았고 그 중심에는 한미 FTA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압박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있다. 미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연료소비효율 기준 완화, 미국 시장에 대한 (한국산) 픽업트럭 개방 연기 등 미국 측 자동차 관련 요구 사항을 사실상 다 들어줘도 한국은 추가 피해를 볼 게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그래서 정부 내부에서는 “진짜 문제는 타협할 내용보다 (타결의) 절차와 형식”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국회에서는 벌써 야당을 중심으로 ‘밀실 협상’ ‘굴욕 협상’ ‘퍼주기 협상’이란 비판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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