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 완화 조치를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이 각 분야에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양적 완화는 기준금리를 더는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미국이 달러를 풀면 국내로 유입되는 해외 자본이 늘 것이라는 전망으로 원화와 주가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시가총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정부도 자본의 급작스러운 유출입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공급 확대에 주가 환율 요동
미국 FOMC를 앞둔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개월 만에 1110원대로 떨어지며 1110원 선 붕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에 비해 3.40원 내린 1110.2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종가 기준)이 1110원대로 진입한 것은 약 6개월 전인 4월 27일 1110.1원 이후 처음이다.
풍부한 달러 공급으로 달러 값은 떨어지고 원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추가 양적 완화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의제로 다뤄지는 국제 금융안전망 구축이 외환보유액 확대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당국의 매수 개입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해석으로 이어져 원화 강세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세는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속도’라고 입을 모으며 속도 조절을 위해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에 실효성 있는 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스피는 이날 전날보다 17.93포인트(0.93%) 오른 1,935.97로 마감해 다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07년 12월 6일 1,953.17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 중간선거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망세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매수를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8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양적 완화를 시행한 이후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로 유입돼 유동성 랠리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높다”고 말했다. 시가총액도 이날 1073조2219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채권 투자액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보유액이 사상 최고 수준인 80조 원에 육박했다.
○ 수출기업들 비상등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 채권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이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르며 정부의 외화유동성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모든 가능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으며 상황에 맞춰 채택할 정책이 있으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혀 대책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외채에 부과금을 매기는 ‘은행부과금’ 제도 신설과 지난해 5월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대한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준 것을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본보 10월 21일자 A1·B2면 참조 은행 1년미만 외채에 세금 물린다 은행권 단기외채 과세 방침 왜 나왔나 새해 경영계획을 세우는 수출기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승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100원은 수출기업에 일종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그 이하로 떨어지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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