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몰락후 각자도생 나선 자동차 ‘4형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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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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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에는 ‘대우’라는 이름이 들어간 회사가 4개 있다. GM대우자동차와 타타대우상용차, 대우버스, 대우자동차판매로 모두 대우그룹 주역 계열사였던 옛 대우자동차에서 분리한 회사들이다.

한 울타리에 있었던 이들 4개 회사는 대우그룹이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대우자동차의 판매 부문을 떼어내 설립한 대우차판매는 2002년 10월 ‘대우차 4형제’ 중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특정 대주주 없이 홀로서기에 나섰다. 대우자동차는 승용차와 상용차, 버스 부문으로 나눠 매각 작업을 시작해 승용차 부문은 GM으로 넘어가 2002년 8월 GM대우가 설립됐고, 버스 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대우버스는 2003년 3월 영안모자가 인수했다. 트럭 등을 만드는 상용차 부문은 인도 타타자동차에 매각돼 2004년 3월 타타대우로 새롭게 출발했다.

○ 인도 기업이 인수한 타타대우 ‘반짝’

10여 년이 흐른 지금 4개 회사의 처지는 제각각이다. 현재 경영 상태가 가장 좋은 기업은 자동차 후진국인 인도 기업에서 인수해 매각 당시 가장 불안감이 컸던 타타대우다. 타타대우는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매출액 6838억 원, 영업이익 234억 원을 기록해 2004년보다 각각 2.3배, 2.1배 성장했다.

매각 가격이 1600억 원에 불과했던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대우차 생산 부문 중 ‘미운 오리’ 취급을 받았던 상용차 부문은 타타대우로 출범한 뒤 수출에 주력하면서 ‘백조’로 거듭났다. 타타대우 관계자는 “대우그룹 시절에는 내수 판매만으로도 생산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출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대우라는 울타리가 없어져 생존을 위해 수출을 시작했는데 수출하는 차량에서 이익이 많이 나면서 실적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주로 국내 시장에 트럭을 판매하던 내수업체였던 이 회사는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변신했다.

타타대우의 성장 배경에는 완전한 독립 경영을 보장하는 인도 기업 특유의 문화 덕분이란 분석도 있다. 전체 직원 1300여 명 가운데 인도인 임직원은 부사장급인 재무담당과 마케팅담당, 실무를 담당하는 부·차장급 5명 등 7명에 불과하다.

○ 대우차판매는 송도 개발 무산

반면 대우차판매는 올해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회사가 쪼개질 운명에 처해 있다. 채권단에서 대우차판매의 두 개 사업 부문 중 건설 부문은 남기고, 자동차판매 부문은 떼어내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 현재 영안모자와 한 사모펀드가 자동차판매 부문을 인수하기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차판매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 일차적인 원인은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송도 개발 사업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제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도록 결정타를 날린 것은 GM대우차였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우차판매는 올해 1월 GM대우차가 일방적으로 자동차 판매대행 계약을 해지하면서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타타대우도 지난달 31일로 대우차판매와의 판매대행 계약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판매망을 통해 차를 판매하고 있다.

○ GM대우차와 대우버스는 ‘흐림’

대우버스는 ‘노사갈등’으로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대규모 감원을 추진하다가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던 것. 대우버스 사측이 지난해 3월 중순 전 직원의 39.5%에 이르는 507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자, 노조가 반발해 3월 30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4월 9일 직장폐쇄로 맞섰지만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우려해 4월 27일 감원계획을 철회했다.

GM대우차는 지난달 회사 출범 8년 만에 누적 생산 10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내수 시장 점유율이 8.3%로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또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기술 소유권 이전 문제로 대출을 1개월씩만 연장해 주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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