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타고난 천재라도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고, 아무리 노력하는 사람일지라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나 보다.
1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세계 이마트 부문 인턴을 거쳐 7월 정식 사원으로 채용된 이영재 씨(28)와 임성하 씨(여·24) 이야기다. 이마트 같은 유통기업에 대해서는
‘힘들고 고생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인턴을 거치는 동안 이들에게 이 같은 생각은 말 그대로 ‘편견’이 됐다. 피가 마르는 경쟁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덕이다. 》 ○ “두 달 동안 노점상 경험이 큰 자산”
▶신세계 이마트 부문 인턴을 거쳐 7월부터 정식 사원이 된 임성하 씨(왼쪽)와 이영재 씨가 이마트 장바구니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대학 재학 시절은 물론이고 이마트 인턴사원 활동 때도 치열한 경쟁을 자신만의 즐거움으로 바꿔내는 장점을 지녔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현재 이마트 죽전점 고객서비스2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씨의 가장 큰 장점은 도전 그 자체를 즐긴다는 것. “어려운 도전일수록 이상하게도 더 신이 난다”고 한다. 그래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도전한 것이 여성 신발을 파는 노점상이다.
이 씨는 “유통 부문에 관심이 많았던 이유도 있고, 내가 가진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며 “그해 여름 두 달 동안의 경험이 지금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씨에게 노점은 사실상 ‘작은 이마트’였다. 장사가 잘될 만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찾아다녔던 일은 이마트의 용지 선정 및 매입 작업과 같았다.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잘생긴 친구를 동원한 일은 이마트의 마케팅 활동과 비교할 수 있고, 노점의 신발 진열 변화를 통해 손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이마트의 매대 관리와 비슷했다.
이 씨는 “노점상을 하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손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게 됐다”며 “유통업 종사자로서 기본을 몸으로 체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즐거운 경험’이 이마트 인턴사원에 합격하는 열쇠가 됐다.
○ 간편가정식 유행 흐름 감지
임 씨는 경희대 외식산업학과를 졸업하고 이마트 인턴을 거쳐 현재 공항점 고객서비스2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 씨는 대학 재학 중 학교가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자신의 커리어를 쌓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마트 인턴사원에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이마트가 핵심 분야로 키우고 있는 간편가정식(HMR·Home Meal Replacement)에 대해 이 분야 선진국인 일본까지 날아가 연구했다는 점이다.
물론 자비를 들여서 간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해외에 보내주는 경희대의 ‘네오 장학생’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 임 씨는 “해외 탐방 기획안을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예산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에 도전해 성공했다”며 “주제는 전공과 관련된 것 중 HMR를 선택했는데 그것이 최근 이마트가 강조하는 것과 우연찮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겸손하게 말했지만 임 씨가 HMR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외식산업과 관련된 업계 흐름을 신문이나 전문 잡지 등을 통해 늘 모니터링해 왔던 결과 앞으로 HMR 시장이 성장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따지고 보면 임 씨가 이마트보다 미리 앞을 내다본 셈이다.
○ 인턴 기간부터 두각
임 씨는 인턴 기간 중 주어진 ‘신문광고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2등을 차지했다. 임 씨는 이마트의 상시저가(EDLP·Every Day Low Price)정책을 알리는 광고를 제작했는데, 내용이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쉬웠던 것은 물론 광고에 직접 출연하기까지 해 인턴들은 물론 선배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임 씨가 이마트의 EDLP 정책을 깔끔하게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유통 분야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 씨는 이마트의 신규 용지를 물색하는 프로젝트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이 씨는 서울 경기 인천 등의 대형 지도를 펼쳐놓고 신문 기사와 자료를 비교해 가며 인천 청라지구를 선택했다. 그리고 직접 해당 지역을 찾아가 돌아다니면서 용지를 선정하는 노력을 보였다.
상품 진열을 할 때는 노점상 경험이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상품 진열은 단순히 물건을 보기 좋게 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판매 전략과 연계돼야 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씨는 이미 노점상을 할 때 그 고민을 늘 했었던 것. 이 씨는 매대 진열에 대해 선배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았다.
○ “대학 1, 2학년 때는 폭넓은 경험을”
이 씨는 기업 인턴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대학 1, 2학년 때는 진로는 정하되 경험은 다양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너무 일찍부터 진로에 대한 일에만 몰두하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 4학년 때는 진로와 관계된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임 씨는 “학점이나 토익 등의 점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학교나 각 기업들이 개최하는 공모전이나 경연 등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유통에 대한 이해와 열정 필요
겉으로만 보면 유통업은 화려하지만, 내부 업무는 그리 만만치 않다. 대부분 현장에서 고객과 협력사를 상대로 궂은일도 많이 해야 한다. 따라서 유통업이 어떤 일인지 잘 알고 향후 입사까지도 염두에 두고 인턴 참여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본인이 유통업과 어울린다고 판단을 하고 이마트에 대한 강한 입사 의지와 열정으로 인턴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
▽나쁜 예=인턴? NO! 신입사원!
이마트 인턴과정은 4학년 1학기 재학생 또는 휴학생을 대상으로 방학 때 현장실습을 나가고 4학년 2학기 중에 정기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평균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에 단순히 회사 업무를 경험하는 수준으로 인턴십에 임한다면 개인 시간만 낭비하게 되며 전체적인 분위기마저 흐려 다른 학생들에게까지 피해를 준다. 따라서 인턴십을 통해 이 회사에 반드시 입사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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