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가 스마트폰에 들어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5일 03시 00분


넌 발품 파니? 난 앱으로 집 본다

#1. 공인회계사 박노성 씨(28)는 짬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켠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집을 구하려는 지역의 새 매물과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앱에 나타난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 지도에는 수십 개의 매물이 뜬다. 마음에 드는 매물을 터치해 단 몇 초 안에 매매가와 주변 시세를 확인하고 연결돼 있는 중개업소에 전화한다.

#2. 연세대생 정모 씨(25)는 최근 겨울방학을 앞두고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수시로 부동산 앱의 ‘대학가 원룸검색’을 터치한다. 그는 “몇 군데 중개업소를 찾아다녀 봤지만 가는 곳마다 말이 달라 믿음이 가지 않았는데 이제 찾아갈 필요 없이 손안에서 다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3. 회사원 장성진 씨(35)는 10월 중순 한 부동산 앱을 통해 상도동에 전셋집을 구했다. 앱에 장 씨가 원하는 지역과 아파트 크기, 가격대를 적어서 올리니 하루 만에 공인중개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장 씨는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올렸는데 쉽게 거래돼서 요즘에는 주변에 부동산 앱을 쓰라고 권유하고 다닌다”고 소개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거래 역시 직접 발품을 파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변 아파트 모습을 비추면 바로 시세가 화면에 뜨는가 하면 매물 위치와 가격도 실시간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앱으로 공인중개사와 일대일 맞춤상담까지 가능해 ‘손안의 중개업소’가 따로 없다.

○부동산 앱 갈수록 진화

올해 4월 부동산 앱이 처음 등장한 이후 관련 앱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쓸 수 있는 부동산 관련 앱은 10개가 넘는다. 4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 중순 출시된 부동산114 앱은 내려받은 횟수가 7월 말 1만4012건에서 9월 말 11만8765건, 11월 현재 20만8191건으로 급증했다.

초기에는 부동산 관련 뉴스나 정보를 모아두는 수준이었지만 부동산 매물이나 시세 자료를 보유한 부동산정보업체들이 가세하면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연동된 위치기반 서비스나 ‘증강현실’ 같은 첨단기능이 추가됐다. 또 앱을 통해 매물을 내놓으면 인근 중개사들에게 전달될 뿐만 아니라 개인 간(P2P) 거래까지 가능하다.

부동산뱅크의 ‘부동산AR’는 현실세계에 가상물체가 겹쳐 보이는 증강현실을 적용했다. 길을 가다 근처 아파트 시세가 궁금하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아파트를 비추기만 하면 된다. 화면 속에 잡히는 최대 반경 1.5km 안에 있는 시세와 단지정보를 볼 수 있다. 해당 아파트나 인근 부동산까지 가는 길도 알려준다.

손톱 크기의 흑백 정사각형 격자무늬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수단인 QR(Quick Response)코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중개업소의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중개업소의 추천 매물을 한 번에 찾을 수 있으며 바로 전화도 연결된다.

P2P 앱은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따로 중개 수수료가 없다. 매도하려는 소유자는 직접 집의 사진을 찍고 위치정보를 입력해 앱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한 부동산 P2P 개발사 관계자는 “시작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아 매물이 1000여 건에 불과하지만 한 달에 30여 건씩 거래가 성사된다”고 말했다.

○허위매물 신고제 실시

부동산 앱은 인터넷쇼핑몰과는 달리 계약까지 되지는 않는, 일종의 ‘호객’수단일 수 있어 공신력을 높이는 일이 업계의 화두다. 각 업체는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앱에 제공되는 매물은 웹사이트 매물보다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허위 매물을 올린 사실이 적발되면 곧바로 앱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허위매물 신고제도 실시하고 있다.

스피드뱅크는 확보한 300만 건의 매물 중 본사에서 문자메시지(SMS)나 전화로 확인한 인증 및 추천 매물 10만 건만 앱에 올린다. 부동산114도 회원사로 등록된 전국 1만5000여 개 중개업소마다 단 1건의 알짜 매물만 등록할 수 있게 하고 노출기간도 15일로 제한했다.

박만순 부동산114 대표는 “인터넷 포털 등에는 허위 매물이 상당수여서 막상 소비자들이 해당 중개업소로 전화를 걸면 ‘이미 그 집은 나갔다’며 다른 매물로 유도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앱에 올리는 매물을 철저히 제한하는 방식을 고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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