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갤럭시탭’ 언론 공개 행사에서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왼쪽)이 제품을 손에 들고 있다. 이날 신 사장은 “올해 말까지 갤럭시탭을 100만 대 이상 팔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삼성전자가 자사(自社)의 첫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4일 국내 언론에 공개하고 8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지난달 전파인증을 마친 애플의 아이패드와 더불어 안방 시장에서 치열한 ‘스마트 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갤럭시탭은 기술혁명의 노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문화코드로 7인치의 넓은 화면에서 책과 신문, 잡지, 영화,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풍부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슈퍼 미디어 디바이스’”라고 정의했다.
○ 아이패드와 확실한 차별화
삼성은 이례적으로 뮤지컬 형식의 제품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이동성과 다양한 기능을 특히 강조했다.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30대 초반의 남성 주인공들이 지하철과 도서관, 레스토랑 등을 오가면서 갤럭시탭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드라마 형식으로 제시한 것. 이를 통해 삼성이 준 메시지는 ‘어디서나 간편하게 생활과 밀착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갤럭시탭의 기본사양을 아이패드와 비교하면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난다. 갤럭시탭은 7인치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를 채택해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20.45mm, 190.1mm로 9.7인치 IPS LCD를 단 아이패드(가로 189.7mm, 세로 242.8mm)보다 작다. 기자가 갤럭시탭을 직접 손에 쥐어 보니 웬만한 성인 남성이면 누구나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크기였다. 입고 있던 양복 안주머니에도 쏙 들어갔다. 무게 역시 부품 중 가장 무거운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다 보니 아이패드(680g)보다 가벼운 386g.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한 손으로 쥐고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의 무게를 500g 이내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갤럭시탭으로 소설 등을 읽는 데 별다른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판형이 큰 신문이나 잡지, 도표를 많이 사용한 논문 등을 읽을 때는 화면이 큰 아이패드가 상대적으로 더 편했다. 결국 외근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갤럭시탭이, 주로 실내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고 싶다면 아이패드가 더 적합해 보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영국 광고회사인 쿠퍼머피웹이 아이패드 사용자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외출 시 아이패드를 잘 갖고 다니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바일 전략 발표회에서 아이패드용 페이스북 앱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묻자 “아이패드는 모바일 제품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애플 앱스토어 아성을 넘어라
태블릿PC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콘텐츠 면에서 갤럭시탭은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은 당초 지난달에 갤럭시탭을 국내에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한국형 앱을 강화하기 위해 출시 시기를 늦춘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행사에선 삼성이 애플에 비해 취약한 앱 기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전용 앱을 갤럭시탭에 넣을 것인지가 관심이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25만 개에 달하는 앱이 올라 있지만, 갤럭시탭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마켓은 10만여 개에 그치고 있다.
이에 삼성은 국내 신문과 도서, 잡지, 만화 등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놓은 ‘리더스 허브’와 중고교생용 교육사이트의 동영상 강의 1000여 개를 들을 수 있는 ‘스마트 에듀’, 3차원(3D) 화면의 ‘아이나비 3D 내비게이션’ 등 한국인에게 특화된 전용 앱을 마련했다. 특히 대부분의 차량 내비게이션 제품의 화면 크기가 7인치라는 점에 착안해 갤럭시탭에 사전 탑재한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은 발표 현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자동차 유리창이나 대시보드에 매달기에는 부담스러운 아이패드와 달리 갤럭시탭은 크기와 무게가 적당해 기존 내비게이션을 충분히 대체할 만했다. 삼성도 이를 감안해 행사장 앞에 전시차량을 주차해 놓고 이 안에 자동차용 거치대에 장착한 갤럭시탭을 선보였다.
반면 사용자환경(UI)이나 콘텐츠 등에서 갤럭시S와의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한 일반 소비자는 “갤럭시탭을 직접 사용해 보니 디자인 등에서 현재 쓰고 있는 갤럭시S를 확대해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갤럭시탭은 전화 기능이 있어 휴대전화를 살 때처럼 통신사 대리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아직 SK텔레콤의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지 않아 가격은 미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