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명품업체인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와 에르메스. 최근 ‘골리앗’ LVMH의 지분 매입 공격을 받은 ‘다윗’ 에르메스가 3일 입을 열었다. LVMH가 시장에서 에르메스 지분 17.1%를 사들였다고 발표한 지난달 25일로부터 9일이 지난 후다.
에르메스 그룹의 5대째 상속자인 베르트랑 퓌에크 회장과 파트리크 토마 최고경영자는 3일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와 기자회견을 갖고 “LVMH가 유통 주식의 무려 3분의 2를 매입한 과정이 의문스럽다”며 “에르메스 가문은 LVMH의 인수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퓌에크 회장은 이 자리에서 9일 전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날 아침 기차를 타러 나가려는데 오전 9시 45분경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 퓌에크 회장은 “아르노 회장이 LVMH가 에르메스의 지분을 17.1% 확보했다는 보도자료를 정오에 발표할 것이라고 알려왔다”며 “지분 매입 사실을 겨우 몇시간 전에 통보받아 놀랐고 기분이 나빴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아르노 회장이 ‘지분을 계속 늘릴 계획이지만 이는 우호적인 지분 매입이며 이사회의 어떤 자리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일주일 뒤 점심식사를 같이하는 자리에서 아르노 회장에게 ‘우리는 LVMH의 지분 매입을 우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토마 최고경영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 “한 주주가 우리 지분 17%를 갖는다고 해서 우리의 작업문화나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며 “에르메스는 아르노 회장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도움도 지지도 후견도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에르메스 주식이 상장된 1993년 이후 에르메스는 매년 14.7% 성장한 반면 LVMH는 7.6% 성장했다는 수치를 밝히면서 LVMH의 주가가 6배 늘어나는 동안 에르메스의 주가가 35배나 뛰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누군가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그건 에르메스가 아니라 LVMH”라고 주장했다.
그는 “LVMH가 금융시장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에르메스를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LVMH가 룩셈부르크와 미국, 특히 파나마와 같은 금융거래가 가장 투명하지 않은 나라에 있는 계열사를 동원했기 때문”이라며 “프랑스 금융당국에 이 거래가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지 심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퓌에크 회장 일가가 지분의 73%를 보유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그러나 5월 최고경영자였던 장 루이 뒤마가 사망한 이후 일부 가족의 주식 매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퓌에크 회장은 “도대체 에르메스의 지분을 팔아서 더 나은 어디에 투자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실적이 나은 것은 에르메스다. 에르메스가 주식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주가는 5유로에 불과했지만 지난주에는 200유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에르메스가 6대 상속자, 7대 상속자 시대에도 계속 가족기업으로 남기를 원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LVMH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LVMH가 에르메스를 인수하기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둘 다 최고를 다투는 명품업체이지만 에르메스의 규모가 LVMH에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작아 에르메스 주주 중 누군가가 반란을 일으킨다면 언제든지 LVMH에 인수될 위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