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총 7조3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허가를 따내 한국이 이 분야에서 더욱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4일 중국 정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신청한 2조6000억 원 규모의 7.5세대 LCD 패널 생산투자 계획과 LG디스플레이가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 신청한 4조7000억 원 규모의 LCD 8세대 공장 설립을 중국 정부가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 日-대만업체는 탈락… 中 LCD시장 선점 기회 ▼
대만의 AU옵트로닉스(AUO)와 치메이이노룩스(CMI), 일본 샤프 등도 올 초 설립 허가를 신청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나 중국은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는 한국 업체 두 곳을 선정했다.
한국 업체들은 내년 미국을 제치고 LCD TV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중국시장에서도 대규모 투자 교두보를 확보해 현재
50%가량인 LCD의 세계 시장점유율을 6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LCD 시장점유율은 2분기 현재 삼성전자가
26.3%로 1위, LG디스플레이가 23.6%로 2위다.
디스플레이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양안(중국과 대만)
교류 확대 차원에서 대만 기업에 투자 기회를 주는 것을 놓고 고심하는 등의 이유로 허가가 7개월가량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LCD 생산 공장 승인을 받은 자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선 이번 승인으로 내년 LCD TV 시장규모가 4400만 대로 늘어 세계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 대규모 LCD 양산 공장을 두면
현지 TV 제조업체에 LCD 패널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는 데다 판매가의 3%를 차지하는 관세는 물론이고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어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만 전체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조 원을 거둬들였다.
이번
정부 승인은 중국이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본 대만을 제치고 한국 기업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양국에 경제협력 이상의 의미도 있다.
삼성과 LG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와 주중 한국대사관도 한국 업체 선정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전략산업인 LCD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장치산업인 LCD산업의 특성상 선행투자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삼성과
LG의 LCD 양산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12년 이후에는 중국 공장보다 앞선 국내의 생산기술이 이미 개발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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