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號 LG전자 ‘6시그마’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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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부서가 바뀌면 새로운 일을 빨리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네요.”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은 LG전자는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달 초 본사 일부를 포함해 MC(휴대전화)사업본부 조직이 재편됨에 따라 일선 임직원들은 다음 주 중으로 보직 변경이 단행될 것으로 보고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한 임원은 “사업본부 내 스마트폰 사업부와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사업부가 완전히 폐지돼 어제까지 피처폰 업무를 보던 직원이 하루아침에 스마트폰 담당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 ‘6시그마’ 부활에 긴장

특히 LG전자 내부에선 김쌍수 전 부회장(현 한국전력 사장)이 추진했던 ‘6시그마’를 승진과 연계시킨 이른바 ‘6시그마 자격인증’이 조만간 다시 시행될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지난달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6시그마팀을 만들면서 과거 김 부회장 시절 6시그마 활동에 앞장섰던 최경석 HA사업본부 러시아생산팀장(상무)을 6시그마팀장으로 불러들였다.

6시그마 자격인증은 생산뿐만 아니라 사무, 연구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화이트벨트(WB), 그린벨트(GB), 블랙벨트(BB), 마스터 블랙벨트(MBB) 등으로 나뉜 6시그마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승진할 수 있는 제도다. 단순히 시험만 보면 되는 것이 아니고 평소 업무에서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개선사항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부담도 만만치 않다.

김 전 부회장은 ‘모든 문제와 해답의 열쇠는 현장에 있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1996년 GE의 6시그마 성공사례를 일부 부서에 도입한 뒤 2000년대 초반 이를 전사로 확산시켰다. 직원들에게 불량률을 낮출 수 있는 각종 과제를 내리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생산혁신을 꾀한 것. 그의 경영 스타일답게 6시그마 실적을 인사에 반영하는 등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내부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지만 LG전자 제품의 품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공격 경영을 구사하는 구 부회장이 LG전자의 품질 문제를 풀 열쇠를 ‘김쌍수식 경영 방식’에서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등 LG’로 정신무장

구 부회장은 최근 실적 악화로 기운이 빠진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데에도 열심이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것은 ‘1등 LG’로의 정신무장. 구 부회장은 회의나 조회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1등 합시다”라는 구호를 함께 복창하고 끝날 때에는 “빠르게 준비하자!”를 외치도록 지난달 지시했다. 또 새로운 구호로 “독하게 실행하자!” “1등 LG! LG! LG!”를 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LG전자가 회의석상에서 구호를 외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또 LG전자는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 우승의 주역인 여민지 선수를 4일 신입사원 교육에 초청해 임직원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여 선수는 신입사원 30여 명과 축구경기를 한 뒤 마련된 간담회에서 “골을 먹으면 게임을 관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반드시 갚아줄 것이라는 오기가 먼저 생긴다”며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세계 최고가 가능하다”고 말해 임직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구 부회장은 지난달 본사 임원들과의 상견례에서 “여 선수의 투지와 열정을 생각해 보라”며 “그는 여자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까지 투지와 열정을 한순간도 잃지 않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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