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F1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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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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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전남 영암군에서 펼쳐진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가 끝난 지 2주가 지나면서 냉정한 평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로 F1의 유치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정치적 산물이었다거나 처음부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무리한 행사였다는 비판이 많다. 축구선수도, 축구열기도 없는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리아그랑프리 운영법인 KAVO에 대한 감사원 감사까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한 차례 홍역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지적사항은 내년 경기 전까지는 분명히 개선돼야 하고, 감사도 철저하게 진행해 도덕적인 해이가 있었다면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에 대한 취재를 담당하면서 동시에 카레이서인 기자가 바라보는 코리아 F1 행사에 대한 각계의 비판은 아쉬운 대목이 많다. 주로 경기장 건설 과정과 투명성 등 경기 외적인 부분만 심판대에 오르고 있어서다. 그런 비판들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F1이 한국에 왜 필요하고, 모터스포츠와 연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은 자동차 생산국 순위나 자동차 업체 순위에서 세계 5, 6위를 오르내리지만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 중에서 모터스포츠의 활성화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꼴찌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서 값싼 자동차만 판매할 생각이라면 모터스포츠가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성능이 뛰어나고 부가가치도 높은 자동차로 옮아가려면 모터스포츠는 어쩌면 필수사항이다.

일본 혼다는 F1 우승과 슈퍼카 생산, 2.0L로 240마력을 내는 자연흡기 엔진 등으로 ‘기술의 혼다’라는 이미지를 세계에 심어줌으로써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작지만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도요타, 푸조, 르노, 폴크스바겐, 피아트 등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브랜드가 모터스포츠에 기여한 공을 쓰라면 논문 10편도 부족할 정도다. 심지어 자동차 후진국인 인도는 F1 팀을, 러시아는 F1 선수를 탄생시켰다. 이미 F1을 개최한 중국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과 연계한 범중화권 모터스포츠의 중심이 돼 가고 있다.

우리에겐 아직 세계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자동차가 없고, 한국 자동차의 상품성은 높아졌지만 기계적인 완성도나 고속주행 안정성 등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적지 않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선진 수준으로 도약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터스포츠는 F1을 발판으로 성장시켜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빈대를 잡는다며 집을 태워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하고, 모터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제언이나 고민도 나와야 할 때다. 뛰어난 선수를 육성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김연아 선수 같은 스타를 탄생시킨다면 모터스포츠도 한순간에 인기 종목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 F1을 영국 매니지먼트 회사인 FOM의 배만 불려주는 미운오리새끼로 전락시키지 않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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