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가 넘은 미국의 한 부자 노인이 의사를 찾아가 고충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25세의 젊고 예쁜 아가씨와 재혼을 했는데, 매일 밤 제가 먼저 잠들어 버립니다. 아내의 불만이 커져 가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이 말을 들은 의사는 즉시 처방전을 써주었고 노인은 환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약만 먹으면 이 나이에도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건 저로서도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그 약은 영감님이 아니라 젊은 부인을 위한 것입니다. 그 약을 먹으면 부인도 금방 잠들 수 있을 겁니다.”
항상 실패만 하던 주식투자자가 의사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제가 머리가 나쁘고 배운 것이 없어서 그런지 주식투자만 했다 하면 손해를 봅니다. 이번에도 상투를 잡아 돈을 많이 잃었고 집에만 가면 마누라한테 들들 볶여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의사는 바로 처방전을 써주었다. 투자자는 기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이 약만 먹으면 머리가 좋아져 주식투자를 잘할 수 있는 겁니까?” 의사가 답했다. “아닙니다.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 약은 환자 분이 아니라 부인을 위한 약입니다. 그 약을 먹은 부인이 일찍 잠들게 될 테니 환자 분도 더는 잔소리를 듣지 않고 푹 잘 수 있을 겁니다.”
주식시장에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을 얻기보다 손실을 볼 때가 많다. 주식투자를 잘하는 약이라도 있다면 그 약을 먹고 큰 수익을 내고 싶은 소망이 간절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약이 있을 리는 없다. 주식시장의 생리를 빨리 파악하고 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습득해서 주식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가 주식에 대한 초보적 지식도 갖추지 않고 어설프게 덤벼들어 낭패를 본다.
태권도에서 흰색 띠를 맨 초보자와 검은색 띠를 맨 유단자가 맞대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바둑에서 아마 18급과 프로 9단이 대국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축구나 야구 같은 구기 종목도 실력에 따라 1부와 2부 리그로 나눠 경기를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스포츠나 게임은 체급이나 기량을 구분해서 비슷한 상대끼리 승부를 겨루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라고 하는 머니 게임에서는 이러한 룰이 결코 적용되지 않는다. 이제 막 입문한 초보투자자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에 이르기까지 투자 경력이 천차만별이다. 투자금액도 100만 원 단위의 소액투자자부터 수천억 원을 주무르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가까지 차이가 엄청나다. 정보수집 측면에서도 신문에 이미 보도된 것을 정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서부터 중요한 내부자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까지 아주 다양하다. 같은 정보를 접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하는 능력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저 ‘이런 정보가 있구나’ 하고 흘려버리는 사람이 있고 정보를 세밀히 분석해 매매에 적극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 작전세력들은 경험이 없는 순진한 일반투자자를 악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하늘과 땅 차이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똑같은 규칙 아래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아마추어 수준인 일반 투자자들은 프로들의 매매 동향과 그들의 시장 접근 방식을 배워나가야 한다. 학교에서는 남의 답안지를 커닝하는 것이 반칙이지만 주식투자에서는 프로들의 매매 방식을 커닝하는 것이 허용된다. 아니, 적극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많이 유입되는 시점에는 아무래도 외국인 매매 동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고, 국내 자금이 펀드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된다면 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의 움직임을 빨리 커닝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투자자문사로 자금 이 급격히 이동하면서 자문사의 매매 동향을 먼저 파악하고 쫓아간 투자자들이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이러한 주식시장의 불공평한 게임의 룰을 잘 이해해야 큰 실패를 피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항상 프로 9단과 싸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고, 자금력과 정보력이 취약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시장의 큰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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