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두 번째 양적완화정책(QE2)을 공식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국채 매입에 총 6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내년 하반기에 양적완화정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열어놓았다. 일부에선 QE2에 이어 QE3까지 예상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가는 상승했고 금리는 하락했다. 중앙은행이 돈을 푼다는데 반응이 나쁠 리 없다.
그럼에도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본원적 질문인데 과연 양적완화가 미국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FRB가 장기간의 저금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 저금리로 가계와 기업은 이자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소비와 투자에도 긍정적이다. 또한 정부 채무를 중앙은행이 흡수해주기 때문에 재정정책에 여력이 생겼다. 하지만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둘째, 미로에 들어선 환율 움직임이다. FRB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 미국 이외 국가도 이에 동조한다는 전제가 그것이다. 미국과 사정이 비슷한 선진국가, 이를테면 일본과 유럽, 영국이 FRB의 정책을 따라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은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일본은행(BOJ)은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현행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영국은행(BOE)도 기준금리를 현행 0.5%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일방 통행식 달러 약세가 가뜩이나 어려운 자국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면 선진국 중앙은행도 양적완화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신흥국 통화는 자칫 달러 약세를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다. 대규모 달러가 신흥국에 유입되고 환율은 절상될 것이다. 경기 확장과 유동성 팽창이 맞물리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항상 그랬듯이 잘나갈 때 터지지 않는다. 경기가 후퇴하고 인플레이션 붐이 꺼질 때 투기적 자본이 한꺼번에 이탈할 수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의 초강세와 자본 유입, 이에 따른 자산가격 버블과 붕괴 후유증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 강세를 쉽게 용인하기는 어렵다. 지금처럼 ‘도 아니면 모’ 식의 급속한 환율전쟁은 신흥국가가 필사적으로 저지할 것이다. 외환시장 개입과 자본통제가 유력한 수단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환율전쟁에 대한 해법, 글로벌 불균형 해소, 보호무역주의 배격 등의 현안에 대해 어떤 해결책이 제시될지 주목해야 한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0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고용시장의 본격 회복을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미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피해 간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이번 주에는 G20 정상회의와 더불어 경제지표에선 미국의 10월 경기선행지수, 중국의 10월 수출입 동향과 소비자물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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