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저금리시대엔 안전투자가 ‘현명한 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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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주가가 2년 만에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펀드 환매가 다시 늘고 있다. 투자심리상 주가가 역대 최고가인 2,070에 접근할수록 환매 규모는 증가할 것 같다. 사실 지난 2년 사이 끊임없이 지속된 환매 물량을 소화하면서 주가가 이만큼이나 올라온 것이 놀랍다.

2009년 1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1년 10개월 동안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환매 금액은 83조 원에 이르고 신규설정은 50조 원이다. 환매와 설정을 차감한 순환매가 33조 원이다. 이 중 국내펀드가 20조 원, 해외펀드가 10조 원으로 평균적으로 손해를 많이 본 해외펀드보다 본전이 빨리 회복된 국내펀드에서 환매가 컸다. 과거나 지금이나 손해 본 것은 놔두고 이익 난 것부터 먼저 파는 ‘순박한’ 투자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음은 다소 씁쓸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런데 증권업계는 환매에 대해 신경이 날카롭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 ‘매 위에 장사 없다’고 모처럼 신고가를 내면서 분위기가 좋은데 환매가 계속되면 아무래도 주가가 제대로 뻗지 못할까봐 불안하다. 또 하나, 3년 전 펀드 열풍 때 들어와서 마음고생을 하다 겨우 원금이나 건져 나가는 고객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다. 마음 같아서는 3,000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하고 싶지만 그 사이 본의 아니게 거짓말한 것이 맘에 걸려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환매(혹은 매도)는 증시의 불가분 요소다. 최근 나오는 환매 중에는 1,000이나 1,500에 들어온 돈도 있을 것이고 1,900에 설정된 돈도 있을 것이다. 각자 나름의 계산으로 환매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환매 물량을 이기고 올라가야 그만큼 확실히 입증된 주가라 할 수 있다. 어설프게 올라온 주가가 아니라 고비마다 엄청난 매도 압력을 이기고 상승한 주가라야 단단하다. 한편 지난 2년 사이 온갖 불확실성에도 50조 원이나 신규 자금이 펀드로 유입되었다는 것은 주식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투자자 역시 많다는 것이어서 위안이 된다.

아무튼 대량 환매도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2,000 이상에서 설정된 금액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1,900대에서 투자자들은 재테크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주식을 접고 물가도 커버 못하는 3%대 금리로 안전하게 갈 것인지, 불안전하지만 주식에 일정 자산을 투자해 총체적 자산수익률을 올려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최근 언론에서 준비되지 못한 은퇴와 노후에 대한 특집기사를 많이 취급한다. 사실 심각한 문제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때와 피해야 할 때를 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사상 최저 금리 시대가 고착화되고 환율이 강세로 갈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안전자산 선택은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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