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서밋 사전 보고서]어떤 요구사항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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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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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도 경기부양 멈춰라” 기업들 출구전략 촉구

서울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회가 9일 공개한 사전 보고서에는 4개 분과, 12개 소주제에 걸쳐 지속 가능하고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야 할 항목들이 담겨 있다. 각국 정부에 무역장벽 및 투자 규제 철폐를 촉구하는 내용과 경기 부양의 중심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등이 핵심이다.

사전 보고서는 7월 이후 재무장관회의 및 셰르파회의(참가국 사전 교섭대표단 회의)와 치밀하게 조율됐기 때문에 11일 라운드테이블 협의에서 도출될 최종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서밋의 제안이 G20 정상회의에 적극 반영된다면 한국이 제안해서 성사시킨 비즈니스 서밋이 민관 공조 모델의 성공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무역, 투자, 자본 이동의 활성화

비즈니스 서밋에서 논의하는 4개 분과 가운데 무역투자 분과는 각국 정부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호무역을 강화한 데 대한 기업들의 불만과 애로가 실린 것이다.

사전 보고서는 무역 확대를 위해 G20 정상들이 2011년까지 도하개발어젠다(DDA)가 타결될 수 있도록 직접 개입할 것을 요구했다. 또 보호무역주의를 적어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앞으로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나 무역제한 조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G20 정상회의가 무역과 투자 문제를 영구 의제로 채택할 것도 촉구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다자 간 투자체제를 수립하고, 이를 위해 과도기적 조치로 구속력이 없는 국제투자조약표준을 개발하라고 제안했다.

경제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위해 각국 정부가 금융계에 중소기업 대출 장려 인센티브를 주고, ‘중소기업 혁신 기술 개발 펀드’를 만들어 연구개발을 지원하라는 해법도 제시했다.

○ 경기 부양 주도권, 정부에서 민간으로

금융 분과 사전 보고서에는 이제 경기 부양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겨져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인식도 담겼다. 통상 기업이 정부에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나 지출 증대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간이 경기 부양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전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정부 주도 경기 부양책은 점진적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정부 주도의 ‘수요 촉진’이 민간 주도의 ‘수요 창출’로 바뀌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은 민간 투자와 혁신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전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지금까지는 통화 및 재정 확대 정책이 공급 과잉에 시달렸던 글로벌 경제를 안정시켰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정책들이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제안의 기저에는 최근 각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나 통화 확대 정책이 과잉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과잉 경기 부양책이 올해 남유럽의 재정 건전성과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고 보고, 이제는 민간 자생력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본 것이다.

사전 보고서는 또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가 통화 정책을 중립적 위치로 되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이는 방식을 택해야 하고, 특히 긴급한 재정 위기가 아니라면 세금 인상을 피하라고 주문했다. 또 새로운 은행 규제와 감독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게 마련하되 성장과 금융혁신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녹색 성장을 위한 요구

녹색성장 분과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G20 회원국이 신규 자본 조달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다. 또 에너지 관련 법규들이 에너지의 수요, 공급, 가격의 급등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에너지 정책을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게 만들 것을 제안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탄소가격은 시장 중심으로 결정되도록 하고, 에너지장관 회의를 정례화하라고 요구했다. 에너지장관 회의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기술 로드맵을 구상하며, 규제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설명이다.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투자와 인센티브를 늘려 녹색산업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기업의 사회적 책임 독려

CEO들의 모임답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생산성 향상, 청년 실업 해소, 개발도상국의 의료 확대를 위해 기업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다짐이다. 사전 보고서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민-관-학 파트너십 구축을 제안하고, 기업이 신규 일자리 창출과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의 의료 지원을 위해 비즈니스 서밋 참석 기업들이 3년 이상 자발적인 자금 지원을 약속할 것을 독려했다. 구체적으로는 참석 기업들이 해마다 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G20 정상회의도 국제보건 문제를 영구의제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코엑스 주변 시위 대비 펜스 설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저녁 행사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주변에 경호경비를 위한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코엑스 주변 시위 대비 펜스 설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9일 저녁 행사장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영동대로 주변에 경호경비를 위한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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