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SEOUL SUMMIT D-1]서울회의에 임하는 각국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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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0일 03시 00분


7갈래 대결의 축… ‘20차 방정식’ 잘 풀어낼까

《11일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단순히 선진경제권과 신흥세력이 맞붙는 자리가 아니다. 회원국마다 경제규모, 외교현안, 해당지역, 관심사 등이 각기 달라 고도로 정밀한 해결책이 필요한 ‘20차 방정식’이다. 벌써부터 외교가에선 이슈별로 정상들이 헤쳐모이는 치열한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칼럼에서 “‘흑자국 대 적자국’, ‘민주국 대 비민주국’, ‘서방 대 비(非)서방’ 등 ‘7가지 대결의 축’이 존재한다”면서 “G20이 처한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냉혹하고 복잡하다”고 분석했다.이번 회의에 대한 높은 관심은 비단 회원국뿐만이 아니다. G20 체제에 각기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갖고 있는 비회원국과 각 지역협의체, 비정부기구(NGO)도 회의장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장외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열리는 서울 회의의 결과가 향후 세계 각국의 이해득실은 물론이고 G20 자체의 운명까지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모로 이번 주 지구촌의 눈은 서울에 집중되고 있다.》

○ ‘각양각색’ 각국의 입장

슈퍼파워 ‘G2’인 미국과 중국은 모두 회의를 목전에 앞두고 수세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있다는 공격에 직면해 있고 미국은 최근의 양적완화 조치가 다른 통화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독일 일본 등 수출대국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방침 때문에 자원수입국들로부터도 원성을 듣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회의를 코앞에 두고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를,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프랑스 등을 방문하면서 자국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편짜기’ 행보를 벌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프랑스는 본래 G20 체제에 부정적이었지만 차기 의장국으로 결정되면서 부쩍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내년 G20 회의 개최를 정치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현 정부는 이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위안화에 대한 비판 발언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반대로 브라질은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하며 ‘선전포고’를 해놓은 상황이고, 독일도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금융완화정책에 대해 언급할 방침이다. 장기 경기침체와 인접국 간 영유권 갈등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일본은 이번 회의를 중국, 러시아 등과의 관계개선의 기회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은 이참에 빈곤국 개발의제 등과 관련해 개도국의 목소리를 내겠다며 내심 한국의 회의 개최를 부러워하는 눈치다.

치열한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비회원국도 이번 회의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회원국이지만 초청국 자격으로 참가하는 싱가포르는 자국이 주도하고 있는 3G(Global Governance Group·유엔에서 G20과 협력을 추진하는 28개국 모임)의 입장을 G20 회의 과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속한 필리핀의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은 “이번 회의가 ASEAN의 공동 이익을 증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ASEAN의 G20 참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이지만 비회원국인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G20에 들지 못한 것 자체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

○ G20의 미래

G20 체제를 앞으로도 공고히 하자는 데는 대부분의 국가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선진국은 애초에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신흥경제권과 대화할 필요성을 느껴 G20을 만들었고 신흥국 역시 세계 경제 질서에 참여할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들어가면 이 문제에 대한 셈법도 상당히 복잡해진다.

중국은 국제 협의체에서 발언권 강화를 원하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다른 나라가 자국정책에 간섭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다소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역시 글로벌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장으로서 G20의 가치를 무시하진 않지만 회의 결과가 구속력을 갖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러시아는 G20은 경제문제에 국한해야 하며 정치 및 안보 문제는 자국이 가입돼 있는 G8 회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가 완전 극복되면 G20이 힘을 잃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는 G20 체제에 불만을 갖는 일부 선진국과 비회원국에서 주로 많다.

G7이나 G8, 유엔 등 기존의 국제 협의체와의 관계설정도 이번 회의에서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유엔은 G20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유엔의 주요 어젠다가 G20에서 잘 토의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말 더비스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달 한국 경주회의의 성과도 공무원들 간의 활발한 왕복 외교 덕분이었다”며 “G20체제가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주요 정책과제에 대한 서로간의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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