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40)는 평소 법원 경매에 관심이 많았지만 회사 업무로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인터넷 공매사이트인 ‘온비드’를 알게 됐고 인터넷으로 언제나 참여할 수 있다는 매력에 빠져 공매를 시작했다. 박 씨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인근에 감정가 8000만 원인 33m²(약 10평) 원룸을 4800만 원에 낙찰 받아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을 받고 있다. 그는 “직장인이라 재테크에 신경 쓸 시간적 여유도 없었는데 인터넷만 있다면 (공매)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캠코가 운영하는 공매가 인기를 끌고 있다. 10일 캠코에 따르면 온비드 거래건수는 2005년 1만4853건, 2007년 2만68건, 2009년 2만2956건, 올해 10월까지 1만8423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온비드 출범 8년 만에 누적 거래건수가 12만 건을 넘었고, 거래액도 11조 원을 넘어섰다. ○ 김홍도 그림까지 입찰에 나와
온비드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경매처럼 유찰될 때마다 10%씩 가격이 떨어져 최대 50%까지 싸게 낙찰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실제 2009년 한 해 동안 아파트 공매 낙찰가율이 79.6%로 시세보다 10∼15% 싸게 거래됐다.
거래건수가 늘면서 물건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유재산과 공유재산의 온비드 공고 의무화가 2005년과 2006년부터 각각 시작된 결과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자동차, 주식, 금괴, 각종 회원권까지 예상 밖의 물건이 등장하고 있다. 입찰 대상 물건이 △국가기관 등이 체납자의 재산을 압류한 ‘압류재산’ △국가소유 잡종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위임받은 ‘국유재산’ △금융기관의 구조개선을 위해 캠코가 기업체로부터 취득한 ‘유입재산’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매각을 위임한 ‘수탁재산’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6월에는 단원 김홍도의 인물도, 오원 장승업의 기명도, 소호 김응도의 묵란도 등 고미술품 47점이 공매 물건으로 나왔다. 서울 종로구청이 체납자로부터 조상대대로 내려온 고미술품을 압류한 것. 이 중 김홍도의 인물도를 포함한 고미술품 24점은 안산시가 김홍도기념관 건립을 위해 감정가 7억2900만 원보다 7100만 원 비싼 총 8억 원에 낙찰받았다.
○ 판매자는 수요자 찾기 쉬워
공공 및 국가기관의 편에서도 온비드에 올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매입자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재정 수입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9월에는 김제자영고교(옛 김제농업고교)가 공매에 부친 한우 3마리(감정가 1205만 원)가 1355만 원에 낙찰됐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키운 소가 불어나면서 그중 일부를 공매로 처분해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했다.
관용차로 쓰던 중고차량도 온비드를 통해 내놓는다. 또 버스, 승합차, 화물차, 구급차 등 다양한 차량이 거래된다. 이외에도 지하철역 내 현금인출기와 점포, 자전거대여소, 테니스장 등도 온비드 입찰을 활용한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온비드 ::
OnBid(www.onbid.co.kr)는 ‘On-line Bidding’의 줄임말로 온라인 입찰의 의미. 정부에서 국·공유재산 및 물품의 관리 처분을 넘겨받은 전자 자산처분시스템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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