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사람에 대한 평가가 ‘오지랖이 넓다’면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질 때가 있다. 하지만 한화케미칼 영업2팀 사원 김호태 씨(29)의 경우는 예외다. 6년 전 스페인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호세, 카를로스 등과 지금까지 연락할 정도로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의 ‘김지랖’이다. 해외에서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졸업하고 한국의 기업에 취직한 사람이 한국말도 어눌하고,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진다면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화케미칼 문화홍보팀 신나리 씨(25·여)는 수준 높은 글로벌 감각과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토종’ 못지않게 한국적이다. 김 씨와 신 씨는 모두 한화케미칼의 인턴사원을 거쳐 각각 지난해 7월과 올해 11월 정식사원으로 채용됐다. 》 ○ 둥글둥글한 성격+사람에 대한 노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2009년 1월 한 달 동안의 한화케미칼 인턴사원을 거쳐 같은 해 7월 한화케미칼에 정식사원으로 입사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긍정적인 성격 때문인지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김 씨는 천성적으로 부드러운 성격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김지랖’이라는 별명을 얻기에 부족하다. 김 씨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김 씨는 “2004년 봄 두 달가량 스페인에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사귄 친구들과 6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한다”며 “여행을 떠나기 전 스페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 배운 라틴댄스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편하게 여행을 떠나면서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비했던 것. 김 씨의 이 같은 노력은 인턴 기간에도 이어졌다. 인턴 동기 35명 사이에서 나이 많은 사람과 어린 사람, 여성과 남성 동기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 것. 이 때문에 인턴 사이에서 반장으로 선발됐고, 이후에는 한화케미칼 20기 신입사원 가운데 팀장을 맡기도 했다. 김 씨는 “영업은 결국 상대방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핵심”이라며 “점수나 자격증으로 확인할 수 없는 나만의 장점이 인턴 선발이나 이후 정식사원 선발에도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 한화케미칼 첫 해외대학 인턴사원
초등학교 5학년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신 씨는 대학도 캐나다에서 졸업했다. 토론토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여름방학인 올해 6∼8월 10주 동안 한화케미칼 인턴을 거쳤고 좋은 성과를 인정받아 11월 1일 정식사원으로 입사했다. 신 씨는 한화케미칼이 처음 실시한 해외대학인턴 출신 1호 입사자여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장일형 한화그룹 부사장은 “신 씨와 같은 해외 우수 인재들을 끌어오기 위해 김승연 회장까지 직접 나섰다”며 “신 씨를 비롯해 앞으로 입사할 해외대학인턴 출신 신입사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씨는 “해외에서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 동시에 한국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토대 재학 중일 때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을 모아 종교 동아리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한국에 대한 정보를 교류했다. 2008∼2009년에는 한국에 들어와 외교통상부와 보건산업진흥원에서도 인턴을 거쳤다. 신 씨는 “자신이 가고 싶은 분야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려보는 것은 해외 대학생이나 국내 대학생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빨리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턴 기간 중 우수한 결과물
김 씨와 신 씨는 서로 다른 기간에 인턴을 거쳤지만 두 사람 모두 신사업 제안 프로젝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신 씨는 바다에서 나오는 자원인 미세조류(algae)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사업을 제안했다. 신 씨는 “미세조류는 다른 바이오 연료(사탕수수, 옥수수, 콩)보다 좁은 곳에서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국토가 좁고 바다가 넓은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기 유리하다”며 “이미 엑손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신 씨는 이 사업을 제안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바이오디젤 규제 현황을 조사했다. 특히 한화케미칼뿐만 아니라 한화그룹 전체가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공략한 점도 주효했다.
김 씨도 신사업 프로젝트 제안 평가에서 브라질에 바이오에탄올을 수출하자는 내용으로 발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브라질의 현행 법규까지 뒤져 에너지 부문에서는 외국기업이 단독으로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브라질 국영 에너지 회사와 합작 형태로 진출하자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김 씨는 “국내에 브라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평소 친분 있는 교수들을 찾아가 그분들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을 뺏다시피 해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인사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좋은 예
인턴 운영을 위한 회사의 프로그램들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턴 본인의 의지와 열정이다. 적극적으로 많이 배우고 경험하려는 사람은 확실히 다르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가 남다르며, 퇴근 후에도 직장 선배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배우려 하는 것. 회사에서는 그런 인턴이 필요하다.
▽나쁜 예
두 달 정도 되는 인턴기간은 본인 의지에 따라 너무도 쉽게 흘러갈 수도 있다. 이 기간에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정식 사원 채용 때 이력서에 한 줄 걸치기 위한 느긋한 태도는 가장 지양해야 할 모습이다. 기업들의 인사 담당자들은 교류가 빈번하다. 어느 한 회사에서 큰 문제를 드러낸 인턴이라면 다른 곳에 취업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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