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증권이 1조6000억 원의 매물 폭탄을 쏟아 부으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일에 주가가 2.70%나 폭락했다. 외국인 순매도, 프로그램 순매도, 코스피200 옵션 계약물량이 사상 최대를 나타내면서 신기록을 양산했다. 이 와중에 주가 하락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풋옵션 투자자들은 최대 249배가량의 대박을 터뜨렸다.
증시 관계자는 이날 주가 급락 배경을 두고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을 통제하려는 움직임 때문에 외국인투자가들의 발길이 마침내 돌아선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폭락은 한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옵션 만기일을 맞아 차익실현을 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대량 매도한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코스피는 장중 1,976 선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하는 듯했으나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 때 폭락하면서 전날보다 53.12포인트 떨어진 1,914.73으로 마감했다. 동시호가 직전만 해도 1,960 선을 웃돌던 지수는 도이치증권 창구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1조6000억 원의 차익거래 매물을 쏟아내면서 10분 만에 급락했다. 동시호가 전까지 2800억 원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1조3389억 원 순매도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를 이용해 미리 정해놓은 주문 프로그램을 통해 수십 개 종목을 한꺼번에 매매하는 프로그램매매의 차익거래 순매도 규모와 전체 프로그램매매 순매도 규모도 사상 최대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2.91%) 현대차(4.57%) 포스코(4.07%) 현대모비스(4.87%) 신한지주(4.33%)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도이치증권이 차익거래 실현을 위해 물량을 쏟아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물량이 단일 창구에서 모두 쏟아진 것으로 봐 옵션 청산 시기를 저울질하던 투자자들이 만기일을 맞아 누적됐던 매수차익잔액을 일시에 청산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쌓여있던 매수차익잔액을 모두 청산했기 때문에 앞으로 증시에는 물량부담이 줄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마저 연기되자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시는 급락했지만 일부 풋옵션(일정 기간이 지나면 약속한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 투자자는 대박이 났다. 종류에 따라 풋옵션은 이날 하루 최대 249배의 수익을 낸 것. 해당 풋옵션 거래량이 600만∼700만 계약에 달해 대박을 낸 투자자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코스피200지수 옵션 거래량도 3932만4648계약으로 사상 최대였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일본 홍콩 등 다른 나라 주가는 오른 것으로 봐 대외 악재는 없는 것 같다”며 “차익거래가 대거 청산되고 나면 시장은 빠르게 회복되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내 증시는 곧 회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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