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울 정상회의 2010]7만3000명 땀으로 켠 천사초롱, ‘G20 성공의 길’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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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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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준비를 위해 구슬땀 쏟은 사람들

《‘7만3000명.’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외곽 경비를 맡은 경찰 5만 명과 군 1만 명, 행사준비 인력 7000명과 자원봉사자 6000명이 11일 업무 만찬을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올린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에 구슬땀을 쏟아냈다. 해외 정상 등 주요 참석 인사들의 식사와 편안한 잠자리를 책임진 호텔 지배인, 요인 안전을 맡은 경호팀, 행사장 주변의 철통 경비를 선언한 경찰, 해외 명문대를 다니다 자원봉사를 하러 귀국한 대학생,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대회 준비에 숱한 밤을 지새운 사무관까지.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를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사람들을 만나봤다.》

양석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
서비스 드림팀 80명 총출동
정상은 1대1 장관 2대1 서빙


양석 롯데호텔서울 총지배인(57·사진)은 1979년 호텔 설립 멤버로 입사한 뒤 호텔리어 경력이 30년이 넘지만 최근 한 달처럼 바쁜 적이 없었다. G20 정상회의에서 중책을 맡은 롯데호텔의 서비스를 총괄하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은 11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의 음식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등의 세 정상이 이 호텔에 묵고 있다.

양 총지배인은 “1979년 호텔 설립 이후 청와대 주최 국빈 만찬을 가장 많이 해본 경험을 인정받았다”며 “외국계 체인이 아닌 순수 로컬 브랜드로서 최고의 음식과 서비스로 G20 정상들을 감동시킬 준비를 해왔고 그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만찬에는 각국 정상과 장관, 수행원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호텔에서는 ‘서비스 드림팀’ 80명이 총출동했다. 청와대 주최 국빈 만찬 경력이 있으며 신원조회를 거친 최정예 멤버들로 국가 정상은 1 대 1, 장관급은 2 대 1, 나머지 수행원은 4 대 1로 서빙했다.

G20준비위원회 요청에 따라 만찬 메뉴 내용은 정상회의를 임박해서야 공표됐다. 기본 메뉴는 양식이지만 이번 만찬을 위해 새로 개발한 메뉴도 적지 않았다. 경호와 검식도 철저하게 이뤄졌다. 식자재가 준비되면 사전에 청와대 검식팀이 검식한 뒤 봉합하며 검식팀이 보는 앞에서 뜯어서 조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호텔 투숙 손님들에게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고심했다. 각국 국기를 넣은 카드키를 특별 제작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들을 위해 객실에는 메카 방향 화살표까지 넣었다.

■ 이샘나 G20준비위 사무관
회의 관련 업무와 ‘열애 1년’
이젠 그 사랑 열매맺길 기대


“어쩌면 좋아….”

지난달 23일 오전 5시경 경북 경주시 힐튼호텔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성명서(코뮈니케) 초안을 복사하고 있던 G20준비위원회 의제기획과의 이샘나 사무관(26·여·사진)은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것 같았다. 멀쩡하던 복사기가 갑자기 고장 난 것이다. 코뮈니케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수십 명의 G20 국가와 주요 국제기구 관계자들의 긴장된 표정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천천히 해도 돼요.” “도와줄까요?” 의외로 이 관계자들은 부드러웠다. 인도의 한 공무원은 어느새 이 사무관 옆에 와서 서류를 정리하는 작업을 돕고 있었다.

이 사무관은 “매일 오전 1시에 퇴근할 만큼 바빴지만 외국 정부 관계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협력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G20 관련 업무가 마무리되면 홀가분한 만큼 아쉬움도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 행정고시 52회에 합격한 뒤 지난해 11월부터 G20 관련 회의 때 쓸 자료집을 구성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이 사무관에게 G20 정상회의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은 ‘공직생활의 첫사랑’이다. 이 사무관은 “이제는 국적에 상관없이 G20 관계자는 모두 가족 같다”고 말했다. 그는 6월 부산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 때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직원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일하던 자신에게 건넨 “That's a G20 spirit(이게 바로 G20의 열정이죠)”란 덕담을 잊지 못한다.

이 사무관은 “끝까지 ‘G20의 열정’을 발휘해 12일 서울 정상회의에서 고생한 각국 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코뮈니케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 김단비 서울시 자원봉사자
두달간 자원봉사 교육 마치고
회의 일원 된다는 생각에 뿌듯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자원봉사자로 G20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영광입니다.” 김단비 씨(21·여·사진)는 11일 “G20 정상회의의 일원으로 뛰게 돼 정말 기분이 설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달 31일 서울시 G20 자원봉사자로 선발됐다. 김 씨 등 자원봉사자 5817명은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주요 관광지와 호텔, 지하철 등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숙소 및 관광지, 회의장 안내를 맡았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중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탓에 솔직히 한국이 낯설다”며 “9월부터 두 달에 걸친 자원봉사자 교육을 받으면서 G20뿐만 아니라 이런 세계적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고국의 저력 등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돼 뿌듯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G20 정상회의의 연혁과 취지, 정상회의 참가국들의 문화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김 씨는 개인적인 욕심에 북촌 한옥마을 등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를 직접 찾아다녔다고 했다. “외국인 참가자들이 서울의 명소에 대해 물었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었어요. 추천 1순위로는 북촌 한옥마을을 권했습니다. 광화문 빌딩 숲 너머로 한국 고유의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한 작은 마을이 있을 줄은 저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김 씨는 미국에 있는 친구들도 서울에서 G20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부쩍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회의가 시작되니 친구들이 전화로 요즘 한국 분위기를 묻더라고요. 회의가 잘 마무리돼 내년에 미국으로 돌아가면 이것저것 자랑할 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박동현 서울 강남署 경비과장
추석 이후 24시간 가건물 근무
예멘 폭탄테러 뉴스에 더 긴장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요? 무인도에 가서 두 다리 쭉 뻗고 푹 자고 싶습니다.” 박동현 서울 강남경찰서 경비과장(사진)은 9월 추석 연휴 직후부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치안센터 옆에 세워진 가건물에서 하루 24시간을 보내고 있다. G20 정상회의 경비 업무를 맡은 박 과장과 김현수 강남서 G20경호팀장 등 경찰 22명은 임시로 마련된 20여 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잠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네요. 10월 초부터 매일 이렇게 정신없이 G20 경비 상황을 체크하며 지내왔습니다.” 11일 만난 박 과장은 G20 회의가 사실상 시작되고 지난 1주일간 각종 테러가 빚어져 경비팀도 비상상태에 들어가 잔뜩 긴장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예기치 못한 테러사건으로 경비 경호업무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 회의가 국제적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 과장은 이날 오전 7시 일일 경비인력 체크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 8시에는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 주재로 서울 시내 전 경찰서 경비과장들과 화상회의를 했고, 오후에는 회의장 주변 곳곳을 직접 다니며 혹시 모를 테러에 대비했다. 박 과장은 “15년 경찰 생활 중 이번처럼 몸이 힘든 것은 처음”이라며 “한 달 넘게 ‘퇴근’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지만, 중요한 국가적 행사 준비에 기여한다고 격려해주는 가족들 덕분에 힘을 낸다”고 웃었다.

■ 유정권 경호안전단 기조실장
주변 업소 의자수까지 파악
안보이는 경호가 진짜 경호


12일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사상 최대의 경호작전’이다. 미국 영국 등 아프가니스탄 파병국이 다수 포함된 25개국 정상, 국제통화기금(IMF) 등 일각에서 ‘신자유주의의 첨병’으로 불리는 국제기구 수장이 한날한시 한 도시에 머무는 만큼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경호안전통제단 유정권 기획조정실장(사진)은 ‘테러 없는 G20’을 위한 범정부 경호대책의 실무책임자로 정신없는 1년을 보냈다. 대통령경호처 소속인 유 실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호업무가 요인 접근경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주변 지형지물의 사소한 사안까지 소리 없이 파악해 장악하는 것이 경호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봉은사 도로변 식당들의 총좌석 수가 166개라는 것은 물론이고 코엑스 주변 업소들의 좌석 수천 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유 실장은 사이버테러 대비를 위해 6∼8월 공군기지 및 지하철 차량기지에서 대응 시뮬레이션을 거쳐 세부 보완작업도 마무리했다고 했다. “영화 속 장면처럼 항공기 추락, 지하철 탈선, 자동차 역주행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시작한 경호작전은 준비가 다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현장 요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완벽 임무에 나설 수 있도록 정신무장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 경찰 소방대원이 포함된 경호인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면서 ‘G20의 성공은 나의 성취’라고 믿어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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