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매년 90개국 정상에 보내는 ‘비노 델라 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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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3일 03시 00분


백남준 등 참여한 아트라벨도 명성

‘비노 델라 파체 1989’ 라벨의 전면. 백남준 作
‘비노 델라 파체 1989’ 라벨의 전면. 백남준 作
G20 정상회의와 비즈니스 서밋 만찬에 나온 와인이 화제다. 만찬 와인에 선정되기 위해 와인 수입사들이 올봄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하지만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한국인 아내와 일본인 남편이 함께 만들고 라벨에 ‘천지인(天地人)’이라는 한자까지 새긴 ‘루뒤몽’과 한국인이 미국에서 라벨에 조선 백자 달항아리 사진을 담은 ‘바소’가 선정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국내에 수입된 와인 중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주최국인 우리나라와 이토록 밀접히 연관된 와인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는 만약 국내에 수입됐더라면 만찬 와인에 선정될 만한 의미를 가진 와인을 소개하려 한다.

‘평화 와인’이란 이름을 가진 ‘비노 델라 파체(Vino della Pace)’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 주에서 생산되는 와인이다. 포도원이 위치한 코르몬스 마을은 지리적으로 라틴, 게르만, 슬라브계가 만날 수밖에 없었고, 이 점에 착안한 이 마을의 와인 양조 협동조합은 “서로 다른 문화의 평화적인 공존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와인은 고작 2ha밖에 안 되는 좁은 면적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드는데 이곳에 있는 6000여 그루의 포도나무는 세계 5개 대륙의 와인 양조가와 포도 재배가에게서 받은 것으로 그 종류만 해도 600여 종에 달한다. 그 덕분에 이 밭은 ‘세계의 포도밭’이란 이름과 함께 ‘포도 품종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만든 얼마 안 되는 와인 가운데 일부는 세계 90개국 정상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경매나 자선 행사를 통해 판매한다.

이 와인의 이색적인 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곳의 와인 라벨은 1985년 첫 빈티지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완성돼 왔는데, ‘아트 라벨’로 유명한 프랑스의 샤토 무통 로칠드와는 여러 면에서 차별화된다. 이들은 1989년산 와인에 당시 비디오 아티스트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백남준의 작품을 실었다.

비노 델라 파체는 알코올 도수 12도의 화이트 와인 1종뿐이지만 부착하는 라벨은 3종류다. 즉 매년 라벨 작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가 3명이란 뜻이다. 이들 라벨의 가치는 이미 1995년 브뤼셀에서 더 크레디 코뮤날 드 벨지크 주최로 열린 전시회에서 로칠드 라벨 컬렉션 못지않은 컬렉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티스트들의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무통 라벨과 달리 인류 화합을 염원하며 탄생된 와인이라서 그런지 이 와인의 라벨에서는 와인 탄생의 배경을 비롯한 짤막한 소개도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인류 평화와 다문화주의’를 주제로 개최한 공모전에서 선정된 시를 병의 라벨 뒷면에 싣고 정면에는 이 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예술 작품을 실어 인류 화합의 염원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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