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쟁점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를 꺼내 난항에 빠졌을 때 정부 내에서 협상 전략을 둘러싸고 갈등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한미 동맹관계’를 강조한 반면 청와대 핵심참모들은 ‘국내정치적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고 한다.
12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귀국한 한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하기 위해 전날 오전 청와대를 방문했다. 한 대사는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등과 만나 한미 FTA 협상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한 대사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재임(2007년 4월∼2008년 2월)하면서 당시 정부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 비준 문제를 국회와 조율했었다.
한 대사는 정 수석과 만나 “쇠고기 문제가 있지만 이번에 추가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되고 한미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익을 위해 타결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한 기간에 ‘대사직을 걸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참모들은 “종합적으로 판단하자”고 한 대사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은 한 대사의 ‘동맹 우선론’에 대해 “주미대사로서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 상원의원들을 더 설득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인물 가운데는 30개월 이상 소 사육비중이 높은 몬태나 주 출신 맥스 보커스 상원의원이 포함돼 있다.
한 대사의 의견 개진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분위기에 밝은 한 대사의 의견은 경청해야 하지만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대사는 12일 통화에서 “주미대사로서 (청와대 측에) 여러 차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한미 정상이 합의를 이끌어내자고 했으니 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사직서를 언급하며 그만둔다는 심정으로 강하게 얘기했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그(사직서) 얘긴 너무 부풀려졌다”고 해명했다.
여권의 핵심인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관계자들도 청와대에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장관은 청와대 핵심부에 “쇠고기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달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쇠고기는 절대 협상 대상이 되어선 안 되며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말이 나오는 협정을 체결할 바엔 결렬도 불사할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당내 메시지가 청와대 측에 여러 번 전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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