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손님의 방문을 허락한 LG화학 배터리 공장은 첫 대면을 환영하기라도 하듯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에 장착할 중대형 배터리 제작 공장은 더욱 활기찼다. LG화학은 12일 ‘LG화학의 미래’라고 자부하는 충북 청원군 오창테크노파크 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마스크를 반드시 써 주세요. 여러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입김에서 나오는 습기로부터 배터리 셀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충북 청원군 LG화학 오창테크노파크 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볼트 배터리에는 이 같은 셀 300여 개가 들어간다. 사진 제공 LG화학
김현철 중대형 배터리 생산담당 수석 부장은 외부인의 첫 방문에 긴장한 듯 여러 차례 안전과 보안을 강조했다. 특히 배터리의 최소 단위인 셀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단호히 제지할 기세였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LG화학은 최근 GM은 물론 포드, 르노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김 부장은 “배터리 공장의 ‘최대 적’은 분진과 습기”라고 했다. 공장 바닥 곳곳에 실내화의 먼지를 떼는 끈끈한 바닥재가 설치돼 있었고 마스크는 필수였다. 그는 “먼지와 습기를 잡는 가장 기초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다른 회사가 사용할 수 없는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가 ‘스택 앤드 폴딩(stack & folding)’ 기술. 다른 회사는 전극과 분리막을 겹쳐 김밥처럼 둘둘 마는(winding) 방식으로 배터리를 만든다. 하지만 이는 충·방전을 500회 정도 거치면 변형돼 열이 나는 단점이 있다. LG화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극과 분리막을 번갈아 쌓은 뒤 말지 않고 수차례 접는 방법을 개발했다.
두 번째로 안전성강화분리막(SRS)이다. SRS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표면에 얇게 세라믹 소재로 코팅하는 기술. 분리막에 미세한 불순물이 섞이면 찢어지면서 합선 현상으로 배터리에 불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진다. LG화학은 외부 불순물이 침입할 수 없도록 분리막에 코팅하는 기술을 고안해 SRS를 만들었다.
중대형 배터리 분야에서 LG화학의 기술력이 인정받으면서 주문량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6월 완공한 제1공장이 이미 주문량이 생산능력에 달해 벌써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제1공장은 총면적 5만7000m²(약 1만7000평)에 연간 생산능력이 850만 셀이며, 이는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 40만 대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은 2013년까지 1조 원을 추가로 투자해 6만7000m²(약 2만 평)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제2공장이 완공되면 오창 공장에서만 연간 6000만 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미국에도 연간 2000만 셀 규모의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어서 2013년에는 국내외를 합해 연간 8000만 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2015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는 현재 10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매출의 30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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