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끝나자 개헌론 등 정치권의 민감한 현안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여권은 G20 정상회의에 집중하기 위해 예민한 정치 이슈에 대한 논의를 미뤄왔고, 야당도 초당적 협력 의사를 밝히며 이에 부응했다.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은 14일 개헌 공론화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민주당은 이날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4대강 사업 예산 6조7000억 원을 비롯해 11조3000억 원(수공사업비 제외 시 7조5000억 원)의 예산삭감 방침을 밝히며 공세에 나섰다. 민간인 사찰 사건 재수사 논란과 감세 문제 등 연말까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이슈들을 점검했다.》
[1] 예산안 심의 곳곳 암초 민주 “4대강사업 예산 70% 깎겠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리고 15일부터 본격적인 ‘예산 국회’가 펼쳐지지만 예산안 심의는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곳곳에서 여야의 ‘대치전선’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이 아랍에미리트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민주당은 아랍에미리트 파병을 한국형 원자로 수출에 따른 대가로 보고 있다. 한미 FTA의 경우 미국의 일방적 요구만 수용하는 ‘퍼주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아랍에미리트 파병과 한미 FTA 비준을 강행처리하려 나서면 국회가 파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해 미디어법 통과 등을 두고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벌인 상황을 떠올리고 있다.
예산안만 놓고 보면 최대 쟁점은 4대강 사업 예산이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자원공사 예산을 포함한 4대강 총예산 9조6000억 원 중 70%인 6조7000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또 검경 등의 특수활동비(1068억 원), 문화부 정책홍보(199억 원), 통일세 연구용역(100억 원) 등도 전액 또는 대폭 삭감해 총 11조3000억 원의 예산을 깎아 일자리 창출, 무상급식, 등록금 지원 등에 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미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현 시점에서 예산안을 삭감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민주당이 4대강 예산 등을 다른 예산안 처리와 연계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어 여야간 예산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상급식 예산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공약을 부자에게까지 과도한 혜택을 주는 예산 낭비로 보고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무상급식 예산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에 무상급식 지원비 1조 원 반영을 주장하고 있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다시 한번 무상급식 여론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2] 다시 불붙는 개헌론 안상수-이재오 “개헌 논의할 때 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여권은 개헌 논의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여권 인사들은 여러 차례 G20 정상회의 이후에 개헌 논의를 공론화하겠다고 말해 왔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G20 정상회의가 끝났으니 이제는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먼저 당내에서 개헌 필요성에 대해 동의를 구하고, 여야 간 공감대를 형성한 뒤,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구체적인 개헌 내용을 다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3단계 개헌론’이다. 이어 안 대표는 “여야가 합의하는 부분에 한해 개헌을 추진하자는 것인 만큼 예컨대 (가장 민감한) 권력구조 개편에 합의가 안 되면 그건 빼고 합의된 부분만 개헌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국민 기본권 등 헌법에서 필요한 부분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2일 이후 개헌 관련 의원총회 개회→올해 말까지 국회 개헌특위 구성→내년 상반기 중 개헌’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개헌 전도사’ 역할을 자임해온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G20 정상회의도 끝났으니 한나라당에서 안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를 하지 않겠느냐”며 “이 시기에 왜 개헌이 필요한지 당위성에 대해서는 각계각층과 대화하고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와 야당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당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와 함께 친이(친이명박)계 일부에서도 개헌의 실현 가능성이 회의적인 만큼 여권 핵심 인사들의 개헌 논의 공론화 배경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친박계 서병수 최고위원은 “개헌은 국민이 원할 때 해야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런 개헌은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최근까지 “꼭 필요하다면 책임정치 차원에서 4년 중임제 정도는 생각할 수 있지만 여권이 정략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반대”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대해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여 왔지만 손 대표 등 당내 대권주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사건과 C&그룹 로비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정치권 사정(司正) 정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여권 내부에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이와 관련된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지급’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논란을 주목하고 있다. 야당의 공세도 여기에 집중되고 있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재수사 요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정두언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남경필 의원 등이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남 의원은 1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의원총회를 통해서라도 재수사 요구를 관철해 나갈 것”이라며 “지도부 안에서도 지금 다수가 재수사의 필요성을 얘기하는데 왜 이걸 당이 못하는지, 무엇이 방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필요할 경우 재수사에 반대하지 않겠지만, 지금까지는 재수사를 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검찰의 해명과 여론의 동향을 좀 더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에 재수사 요구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5개 야당은 이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놓은 채 청와대와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야5당은 국정조사가 미진할 경우 특별검사제를 추진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이 재수사를 수용할지와 재수사에 찬성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연말 정국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 일각에선 검찰의 대국민 설득 노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 카드를 적극 수용해 국면 반전을 노릴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재수사가 벌어지고 청목회 사건과 C&그룹, 한화, 태광 등에 대한 기업 수사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정치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4] 與 22일 이후 ‘감세 의총’ 박근혜 오늘 ‘감세 논쟁’ 입열지 주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본격화될 ‘감세 논쟁’은 언제든지 여권 내부의 정체성 문제로 번질 인화력이 큰 이슈다.
감세 논쟁은 단순히 2013년부터 적용되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낮출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성장과 복지’ ‘시장자율과 국가개입’이란 정책의 양대 축 가운데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당의 정체성 문제와 직결돼 있다.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시동을 건 감세 철회 논쟁에 대해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일단 제동을 걸어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소속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에서 감세와 관련한 의견을 어떻게 밝힐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11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소득세 및 법인세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다음 상임위 회의에서 감세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비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선 박 전 대표가 소득세에 대해서는 감세 철회를, 법인세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내용으로 ‘분리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결국 박 전 대표의 언급이 어떤 형태로든 감세 논쟁의 불씨를 댕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 지도부는 당초 내년이나 후년 경제상황을 지켜본 뒤 감세의 폭을 정해도 무방하다고 보고 감세 논쟁 자체를 덮으려 했으나 당내 요구가 거세진 만큼 22일 이후 정책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당 지도부로서는 당내 분란을 최소화하면서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감세 논쟁을 촉발시킨 정두언 최고위원은 14일 “의총이 열리면 소장파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의원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친이(친이명박)계 주류의 한 의원은 “늘 다수는 침묵하기 마련”이라고 말해 감세 논쟁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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