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6일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연 2.25%에서 연 2.50%로 인상한 것은 국내 문제인 ‘물가’에 더 신경 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3개월째 금리 동결의 주된 원인은 대외적인 변수인 환율전쟁이었지만 최근 폐막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시장 결정 환율제도의 이행’과 ‘경쟁적 통화절하 자제’에 합의해 환율전쟁이 수그러들면서 물가 잡기에 나섰다.
○ 점진적 추가 금리인상 예상
김중수 한은 총재는 16일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채소류 가격의 안정 등으로 10월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경기 상승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안정 목표의 중심선을 상회하는 3%대의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4.1%에 이르렀다. 원자재의 경우 1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현물 기준)은 배럴당 약 84.9달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원자재 가격지수인 로이터상품지수는 지난달 말 2918에 비해 소폭 오른 2961로 상승세다.
반면 환율전쟁의 불확실성은 약해졌음을 확인했다. 김 총재는 “G20 서울 정상회의 결과 글로벌 환율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금은 그 단어(환율전쟁)가 쓰이지 않는 게 굉장히 큰 변화”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금융완화 기조 하에서’라는 표현을 20개월 만에 삭제해 바로 추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김 총재는 “금융위기 때 정책적 의지로 집어넣은 것을 뺀 것일 뿐 금리인상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분간 추가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상승기조와 물가상승 압력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렵고 내년 1분기까지 한 차례 정도 추가로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가계, 기업 이자 부담 커질 듯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은 과거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날 은행권은 17일부터 적용될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을 적게는 0.05%포인트에서부터 많게는 0.14%포인트까지 올리기로 했다.
단 기준금리를 올려도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총액한도대출의 금리는 현 수준인 1.25%를 유지했다. 총액한도대출은 시중은행이 각자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실적에 따라 한은이 대출 자금을 배정하는 제도로 시중금리보다 약간씩 낮다.
부동산시장에서는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줄지 않을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가 금리 인상 영향을 관망하며 주택 거래가 한동안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금리 인상으로 매수자는 급매물을 기대하는 반면 집을 파는 사람들은 전세금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당장 집을 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관망세가 짙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이미 예견됐고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 팀장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기준금리에 비례해 올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과거보다 예금금리 인상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최근 금통위에 앞서 이미 예금금리를 올린 데다 예금금리에 연동되는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내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미 5일에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올렸고 시장이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해 채권금리도 올랐다가 지금은 내려가고 있다”며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된 이날도 채권금리는 급락세를 보였다. 채권금리 하락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가 이미 늦어 인상분이 이미 반영된 데다 김 총재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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